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7.11.29 조회수 | 3,924

건축가 황두진 “한국에 초대형 아파트 단지 유독 많은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떠올려 본다. 초고층 빌딩숲과 남쪽을 향해 일자로 우뚝 선 대단지 아파트 혹은 좁은 골목길에 서로 닿을 듯 붙어있는 주택들. 자동차로 꽉꽉 막힌 도로, 버스를 기다리는 기다란 줄과 지옥철. 일하고 활동하는 일터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는 집터까지 거리는 멀어지고, 도시의 삶은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그 피로감을 어쩔 수 없는 도시의 삶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이것이 정말 도시적인 삶인지 물음을 던지며 도시건축의 미래를 고민한 건축가 황두진은 무지개떡 건축이야말로 사라진 도시 삶의 미덕을 이어줄 연결고리라고 답한다. 일터와 삶터를 잇고, 도시와 사람을 잇는 가장 도시적인 삶의 가능성을 찾아 발걸음한 기록을 <가장 도시적인 삶>(반비/ 2017년)에 담았다.

 

공동주거에 설계자 이름 없는 것 보며 울컥해

 

Q ‘무지개떡 건축’은 어떤 건축물인지, 어떤 계기에서 구상하게 됐는지 먼저 들려주세요.

 

제가 현대건축가지만 오랫동안 한옥작업을 했어요. 한옥은 아름다운 건축물이고 우리 기후에 맞게 적응해 온 문화유산이지만, 한계도 많이 느껴요. 한옥으로는 보편적인 도시건축은 힘들거든요. 도시라는 건 밀도와 복합의 집합체인데 한옥은 높아봐야 2층인데 밀도가 어렵잖아요. 그럼 한옥 아닌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는데 기존의 단지형 아파트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보편적 도시 건축은 밀도를 충족해야하니까 어느 정도 층수가 돼야 해요. 그리고 복합건축물이 많아져야 하죠. 그래야 이동 거리가 줄어들고 거리가 활성화돼요. 주거공간이 1층인 곳을 생각해 보세요. 다 쇠창살로 가리고 있잖아요. 그리고 단지를 이루지 않아야 해요. 안 그럼 도시가 쪼개져서 실핏줄이 없는 도시가 돼버려요. 교통체증이 심하고 사회

적으로 단절되죠. 동맥경화 걸린 것과 비슷한 거예요.

 

그런 걸 생각하면 무지개떡 건축이 답이었죠. 다른 나라를 봐도 그게 도시 주거건축의 보편적인 유형이거든요. 한국이 아주 예외적이었고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생각했죠.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까 무지개떡에 해당하는 게 상가아파트고, 1960~1970년대에 지은 상가아파트들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다양한 유형을 알리고 우리가 어떤 미래가치를 읽어낼 것인지 보자는 의도에서 이 책을 썼어요.

 

 

Q 머리말에서 답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했는데요.

 

상가아파트를 알려야겠다는 생각해서 책을 썼는데, 엄격하게 말하면 사유지고 생활공간인 상가아파트를 다룬 이 책 자체가 달갑지 않은 분도 있을 거예요. 조심스러워서 혼자 다니긴 했지만 양해를 구해야할 것 같고요. 혹시 이 책을 보고 답사를 하고 싶다는 분이 계시면, 상식적인 선에서 하시길 부탁드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건 자료가 부실한 것이었어요. 어느 건축물이나 건축물대장이라는 게 있는데, 설계자 정보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공동주거 건물 설계를 건축가가 아니고 대형조직에서 익명으로 했다는 얘긴데, 건축가가 시민 대다수가 사는 공동주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건 불행한 일이죠. 건설사 위주라 그랬겠지만 그 뒤엔 정부 정책이 있었을 거고요. 그냥 공공 기록물이 부실했을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류 건축가들이 공동주거와 절연돼 있었다는 건 심각한 사회문제예요. 익명으로 건물을 설계했을 선배 건축가들을 생각하면 울컥하죠.

 

Q 한국의 도시 건축이 예외적이었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한국 공동주거의 불행한 역사에는 건설사와 정부정책이 있다는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한국에 초대형 아파트 단지가 생긴 이유가 있는 거예요. 아파트 단지를 지으면 공공시설을 건설사가 부담해요. 큰 부지를 확보한 다음에 일정 규모 이상 지으면 공공시설을 짓도록 민간에 부담을 넘기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정부입장에선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거든요. 이걸 한국형 모델로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데, 장기적으로 가면 도시가 중세화되는 거예요.

 

Q 말씀하신 것처럼 1960~1970년대에 아파트를 지을 때는 상가아파트 유형이 많았잖아요.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대단지 판상형 아파트만 많은데, 이런 변화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1960~1970년대에 한국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한 해에 30만 명을 수용해야하는 상황에서 물길 위에 집을 짓고 도로 위에도 집을 지은 거겠죠. 그 때 현재 도시 골격을 이루는 중요한 법안들이 만들어졌어요. 개별 필지에 주차를 해결해야하는 경직된 주차장법이 등장했고요. 주택건설촉진법이 만들어지면서 선분양 후시공이 생기고 본격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시대가 열리죠. 과장해서 말하면 도시 입장에서는 아직 70년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지개떡 건축은 피해갈 수 없는 도시의 미래

 

Q 무지개떡 건축에서는 중정이라는 말이 많이 나와요. 중정이라는 공간을 보면서 낡고 허름한 아파트가 새로운 미래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당이라는 게 그냥 빈 땅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 둘러싸인 공간이거든요. 중정은 아파트 세대로 둘러싸여있는 마당인 셈이죠. 중정형 아파트의 미덕이 뭐냐면, 붐비는 곳에 있어도 조용해요. 도시 안에 아파트를 지을 때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대규모 공동주거를 공급하는 기관에서 설계할 때 동향이나 서향을 안 지어요. 그 얘기는 판상형으로 지으라는 건데, 판상형 아파트는 경관이며 바람길을 앞동만 독점하는 구조거든요. 나만 좋으면 좋은 거라는 사고방식이 건축물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나한테 쾌적한지, 수익을 주는지에 초점이 있지 아파트가 들어서서 우리 도시에 좀 더 좋은 곳이 될 것인지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우리는 오로지 면적과 남향만 고집하는데, 다른 요소들도 중요하거든요. 균형을 잡고 볼 필요가 있는 거예요. 그런 사례를 보여주는 게 낙원상가 아파트예요. 거긴 남향보다 북향 세대가 인기가 많아요. 경관이 훨씬 좋거든요. 경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건 균형을 고려한다는 거고요, 보편적 주거의 균형을 얘기한다는 건 사회가 성숙해가는 증거라고 봐요.

 

Q 공동주거 유형이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어떻게 변화가 가능한지 듣고 싶어요.

 

좋은 도시는 밀도를 충분히 유지하고, 그래서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은 걸어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아파트가 도시를 대하는 태도를 고려해야하는데, 그런 균형감각을 보여주는 건 젊은 세대들이에요.

 

그래서 건축의 미래를 얘기하려면 젊은 세대에 어필해야 해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책을 썼지만, 새로운 가치관이 자기생활에 내면화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젊은 세대들이죠. 똑같은 현상이 한옥에 있었는데요, 젊은 세대가 열광하고 동의하면 금방 미래가 돼요. 무지개떡 건축은 피해갈 수 없는 미래라고 생각해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윤영(북DB 객원기자)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 하며 르포를 쓰고 있다. 세계평화를 꿈꾼다. 정말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대본을 썼다. freakss@naver.com

작가소개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실무 건축가이면서 꾸준한 글쓰기를 병행해왔다.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김종성, 김태수 등의 사무소에서 수련하였다. 한반도에서 도시건축에 대한 진정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밀도와 복합이라는 도시건축의 보편적 미덕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 믿는다. 주요 작업으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포함한 무지개떡 건축을 비롯하여 Won & Won 63.5, 무카스 사옥, 춘원당 한방 병원 및 박물관, 한강교량보행자시설 등이 있다. 저서로는 [황두진: 다공성·구축술·시스템], [무지개떡 건축],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한옥이 돌아왔다] 등이 있다. 집과 사무실을 겸하는 목련원에 살고 있다.

‘국민 엄마’ 김미경 “내 아들의 자퇴, 망가지는 것 아닌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2017.12.04
김예슬 “대학 자퇴 후, 정치의 길 왜 안 갔냐고? 난 내 몫의 정치하는 중” 2017.11.27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