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7.11.27 조회수 | 1,590

김예슬 “대학 자퇴 후, 정치의 길 왜 안 갔냐고? 난 내 몫의 정치하는 중”

 

그러니까 딱 작년 이맘때다.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혹은 전국 곳곳에서 촛불의 일렁임이 뜨겁게 번져 오르던 그 순간이.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추위를 생각하면 갸우뚱해진다. 아니 그 추위에, 그토록 수많은 인파가, 어떻게 한자리에 모여 하나 된 목소리로 외치고 또 외쳤는지를. 1700만의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촛불 하나에 간절한 바람을 담아 새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영하의 추위조차 무색하게 할 만큼 뜨겁고 강렬한 열망이 어깨너머로 커다랗게 출렁이는 순간이었다. 

 

지난 23주간의 촛불 여정에는 수많은 시민과 더불어 그녀가 있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명문대 자퇴 선언을 했던 것으로 각인된 사람. 바로 김예슬이다. 현재 그녀는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에서 일하며 국내외 소외된 이웃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그녀가 지난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23주간 이어진 촛불집회 현장을 기록한 <촛불혁명>(느린걸음/ 2017년)을 펴냈다. 그녀는 총 484장의 사진과 함께 다양한 글을 통해 촛불집회가 단순 집회가 아니었음을, 뜨거운 혁명이었음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했다.

 

“책이 있어야 혁명이 일어나고 혁명이 일어나면 반드시 책으로 남는다”

 

Q 촛불집회가 시작된 게 2016년 10월이었으니까, 이제 딱 1년이 되었네요.

 

참 뜨거운 겨울이었는데 많이 그립네요. 23주간 참석하면서 ‘이게 바로 민주주의’라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한 주도 빠짐없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대단한 축복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때 당시 저는 팻말에 광장의 민심, 벌어진 국면, 현재의 요구를 담아 시민들께 나누어 드리는 일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속한 단체 ‘나눔문화’를 빨간 팻말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Q 와, 23주간이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마다 매주 참여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뵙고 보니까 체격도 이렇게 작고 말랐는데, 체력이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그만큼 절박했으니까요. 심지어 거의 밤새고 나갔던 날이 많았어요. 집회에서는 팻말을 나누어 드리고 끝나고 돌아오면 현장을 기록하랴, 사진 정리하랴 또 밤을 새웠죠. (웃음) 체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마음이 이끌어서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저뿐만 아니라 다들 참담한 심정으로 분노하면서 하루하루 보내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Q 그럼 집회가 열렸던 당시부터 이번 책을 낼 계획을 갖고 계셨던 건가요?

 

아니요. 그때는 집회 나가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웃음) 제가 속해있는 ‘나눔문화’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3,500분 회원의 후원으로만 운영하는 곳이거든요. 아무래도 회원 분들은 모든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현장의 진실을 알려주기를 원하는 바람으로 후원해주시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저의 주요활동 중의 하나가 현장을 잘 기록하고 나누는 일인데요. 그래서 당시의 현장을 기록한 것이 많이 쌓였고,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책으로 엮을 수 있었어요.   

 

Q 책의 제목을 통해 촛불집회를 ‘혁명’이라 선언하셨어요.  

 

그 추운 날씨 속에 일렁이던 촛불, 수백만 시민들이 외치는 함성과 전율을 떠올리면 정말 아름답고 대단했던 혁명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게 왜 혁명이었는지를 사진과 글로 증명하고 싶었어요. “불의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항쟁, 현장의 진실과 사상을 담은 한 권의 책이다.”라고 하셨던 박노해 시인의 말씀을 떠올렸죠. 아무리 많은 자료와 사진이 있다고 할지라도 책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이 있어야 혁명이 일어나고 혁명이 있으면 반드시 책으로 남는다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만들었죠.

 

 

 “대학 무사히 졸업했다면 직장 관뒀을 것…잘못됐다 말하는 용기 잃고 싶지 않아”

 

Q 책에서도 강조하셨지만 이번 집회에서는 10대들의 참여가 정말 두드러졌는데요. 자연스레 본인의 학창 시절도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그 시기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냈어요. 폭발하는 힘을 품고 하루에 10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있다는 건 엄청 괴로운 일이었죠. 그래서 비를 맞으며 뛰어놀기도 하고 땡땡이도 치고 노는 것도 좋아했어요. 선생님께 대들기도 하고 반항도 하면서 일탈도 많이 했죠. 당시에 책을 많이 읽었는데 부모님께서는 책을 사주시는 것만큼은 아끼지 않으셨거든요. 그때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이 있어요. 이런 책들을 보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키워갔던 것 같아요.

 

Q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네요. (웃음) 그 이후 대학에 입학해서 대자보를 통해 자퇴 선언을 하셨던 거죠? 벌써 7년 전 일이에요.

 

와, 지금 창밖에 눈이 정말 예쁘게 내리네요. 제가 자퇴를 선언했던 날이 3월 10일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었죠. 밤새 대자보를 준비해서 학교에 갔는데 우연히 엄마와 딱 마주쳤어요.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던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정말 무서운 게(웃음) 뭔가 직감적으로 느끼셨던 모양이에요. 혹시라도 제가 학교를 그만두지는 않을까 싶어 면담을 하러 오셨던 길이었죠. 지금 생각해도 부모님께는 죄송해요. 굉장한 상처였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으셨다는데 다들 “갸가 갸가?”라는 상황이었죠. (웃음) 다행히도 부모님은 저를 믿어주셨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셨어요. “평생 밥은 먹고 살게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옳은 일을 하라”고 응원해준 친구들도 있었고요. 마음이 든든했어요.


Q 그 이후에 정치참여 제안을 많이 받으셨을 텐데, 모두 거절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정치 활동을 할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길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것일 텐데 저는 정치 활동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와는 차이가 있지만 지금의 저는 제 몫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정치 활동을 하는 것보다 더 큰 꿈을 품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Q 만약 그때 자퇴를 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아마 졸업을 했더라면 그 다음에는 직장을 관뒀겠죠. ‘오늘 나는 무언가를 거부한다’를 외치면서요. (웃음) 정말 많이 슬프고 분노했던 20대였어요. 저는 화가 나면 화를 내는 사람이거든요.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끝까지 잃고 싶지 않아요.

 

Q 참지 않고 저항하는 그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정말 나로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과 더불어 좋은 사람들 덕분인 것 같아요. 스무 살에 처음으로 만났던 ‘나눔문화’ 사람들은 ‘사회운동 한다는 사람들이 뭐 이렇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분들이었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사회운동을 한다는 분들에게 어느 정도 반감이 있었거든요. 저는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동지’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많이 오염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지금껏 좋은 동지들을 만나 함께 꿈을 키워가면서 저항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책에는 유명 정치인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까지, 정말 많은 분의 사진이 담겨 있는데요. 혹시 이번 책에 실린 인물 중 직접 만나보고 싶은 분이 있나요?

 

348쪽에 실린 분이요. 30대 여성으로 보이는데요. 광화문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이 꼭 전사 같아요. 저항의 한 가운데서 우리 모두의 요구를 대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요. 앞으로도 한국 사회가 진보하는 데 있어 큰 축이 될 젊은 여성의 힘을 잘 전달해주는 사진이라 생각해요.

 

<촛불혁명> 348쪽

(사진 캡션 : "이것이 촛불시민의 위엄. 진보적이며 앞선 문화감성의 30대 여성들이 촛불혁명의 선두에 서 있었다. 광화문 앞, 2016.12.10")


세 번 찾은 태극기집회 현장…’태극기가 곤욕이다’

 

Q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념적인 의미에 있어 진보는 이미 촛불혁명으로 그 가능성을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의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폐청산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해요.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과거에 묶여있을 거냐’ ‘정치보복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봐요. 박근혜 정권을 유지하고 묵인하고 지탱했던 절반의 사람들이 여전히 정치무대에 남아있잖아요. 짧게는 지난 10년 동안, 길게는 한국의 현대사 7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분야 할 것 없이 적폐세력이 구석구석 뿌리 박혀 있고요. 미래는 과거의 연장이라 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과거를 남겨두면 미래는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죠. 

 

Q 혹시 태극기집회에도 가보신 적이 있나요?

 

그럼요. 세 번 정도 가봤어요. 그때 느낀 게 있다면 ‘태극기가 곤욕이다’라는 것. (웃음) 한국인의 위대한 철학을 담은 태극기가, 그보다 커다란 크기의 성조기가, 육사 깃발과 함께 펄럭이고 있더라고요. 거기에 고려대학교 깃발까지. (웃음) 이제는 태극기를 떠올렸을 때 드는 그 달라진 감정이 너무 슬퍼요.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분들보다 그들을 앞세우고 동원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들었고요. 태극기집회에 참여하신 분들이 살아오셨을 길을 떠올리면서 안쓰럽다는 마음도 들었고, 거기에 뿌리 박혀 있는 박정희 신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요. 그분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쉽지는 않더라고요. 대부분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셨고 폭력적인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Q 요즘 최대의 관심사 혹은 고민이 무엇인가 궁금해요.  

 

촛불혁명이요. 저는 촛불혁명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로부터 비롯된 열망들이 오늘날 정치를 넘어 일상으로까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Q 오늘날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촛불혁명이 과연 정치적 진보를 넘어 삶의 진보도 가능케 할까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인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죠. 인간은 몸으로 사는, 영혼을 가진, 사회적 존재인데 그런 의미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오늘날 현대인들은 대부분 자연과 단절된 상태에서 모두가 불안하듯 쫓기며 떠밀리듯 살아가고 있어요. 삶의 수단과 조건을 얻기 위해 인생의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반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탐구와 경험은 부족하죠. 사실 자본주의 사회 구조가 돈을 벌어야만 살아갈 수 있도록 부추기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라는 공동체가 존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평등,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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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김예슬

1986년 서울 출생. 2010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의 대학 거부 선언은 방송과 신문, 포털 1면 등에 오르며 뜨거운 논쟁과 조용하고 강력한 울림을 일으켰다. 그 후 언론 및 정치 참여 제안을 거절하고,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국내외 고통받는 이웃을 위한 현장 활동과 대안 삶의 문화 운동에 주력해왔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촛불혁명’의 현장에서 역사적 순간과 의미를 기록해왔다. 저서로 [김예슬 선언-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201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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