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7.11.15 조회수 | 8,742

개그맨 고명환 "식당사업 성공의 비결? 천 권의 책 덕분"

 

개그맨이자 작가인 고명환은 10년 전 지금 아내가 된 탤런트 임지은 씨와 결혼 전 한 번의 이별을 겪었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녀와의 이별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실내에 있으면 숨이 안 쉬어지는 공황장애 증세에 시달렸고, 괴롭다고 술을 마시면 무슨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살기 위해 무조건 한강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괴로움을 잊기 위해 몸을 혹사하는 60일 간의 다이어트를 시작했고(이후 60일 간의 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이제까지 전부라고 생각했던 방송국을 등졌다. 그리고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한강에 나가면서 제 손에 들려 있던 게 바로 책이었어요. 2005년, 교통사고로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깨어난 후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하다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에 빠진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죠. 나는 왜 이제야 방송국을 나왔을까? 나와 보니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저는 행복은 자유롭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내 시간을 내가 지배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고 결심했죠.

 

처음에는 개그맨을 그만뒀으니 먹고 살아야 하니까 출근을 하지 않고도 한 달에 천만 원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주로 경제, 경영서를 팠어요. 첫 달은 24일 만에 천만 원을 벌었고, 점점 기간이 짧아져 육 개월이 지나면서는 15일쯤 되면 목표액이 채워졌어요. 저는 누구든지 직업을 다섯 개씩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 직업도 다섯 개가 넘습니다. 메밀국수 식당 사장, 뮤지컬 제작자이자 극작가, 강사, 작가, 농부, 연기자... 이 말은 제 생각이 아니라 여러 책에도 나와요. 대표적으로 스탠포드 대학교수이자 페이팔을 만든 피터 틸도 <제로 투 원>이란 책에서 왜 한 가지 일만 하려고 하는가, 열 가지도 할 수 있다고 말했죠.”

 

"책을 쓰기 위해 먼저 성공해야 했다"

 

고명환 작가는 최근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한국경제신문/2017)를 펴냈다. 손대는 식당마다 망했던 개그맨이 어떻게 장사의 달인이 되었는지,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적용해 어떻게 돈으로 바꾸었는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이 시키는 대로 해서 돈을 벌고,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만큼, 그가 인용한 수십 권의 책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책을 내게 된 계기다. 보통은 성공을 한 후 그 스토리를 쓰는 게 순서인데, 그는 책을 쓰기 위해서 먼저 성공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저는 ‘문득’이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문득 뭘 하게 될 때 결과가 좋은 것 같아요. 다이어트를 할 때도 무심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해 바로 헬스장으로 가서 시작했거든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야구장에서 날아오는 공을 보다가 문득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해서 작가가 됐잖아요. 이 책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날따라 문득 제가 책을 몇 권이나 갖고 있는지 세어보고 싶어졌어요. 세어보니 1,200권정도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천 권은 읽은 건데, 책이 그렇게 좋다면 한번 실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쓰고 싶어졌어요.

 

사실 이전부터도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씩 했어요. 직업상 강의를 많이 다녔는데, 워낙 책을 좋아하니까 마무리를 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결론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거였죠. 그런데 사람들이 제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거예요.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분석했죠. ‘왜 내 말이 먹히지 않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라도 그럴 것 같더라고요. 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와서 책이 좋다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공감이 될 리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뭘 해야 하나? 책을 내야 한다. 책을 내려면 쓸 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런 평소의 생각이 그날 문득 천 권의 책을 본 순간 구체화된 거죠. 책이 시키는 대로 제 의식은 철저히 배제한 채 아이디어를 짜고 마케팅 방법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해서 메밀국수 식당을 차렸어요. 대박이 났죠. 전 성공할 줄 알았어요. 이미 천 권을 읽었으니까요.” 

 

 

“3천 권의 책을 읽으면 무조건 행복해진다”

 

그는 최소 천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 무슨 일을 해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자신이 그 증거라는 것. 그리고 3천 권 이상을 읽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무조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3천 권을 읽으면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삶에 대한 강력한 자극을 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행복의 비밀인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은 그런 극한 상황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3천 권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저는 이 말을 정확히 이해했어요. 저는 개그맨이었지만 지금은 작가가 됐고, 강사가 됐고, 뮤지컬 제작자가 됐고, 농사를 짓고 있어요. 이것은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삶이거든요. 여러 책에서 ‘내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고 이야기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른 채 죽어요. 책을 안 읽었기 때문에 그걸 모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다 대기업에 가려 하고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거예요. 어릴 때 이미 3천 권의 책을 읽은 에디슨이나 처칠 같은 위인들은 이미 초등학교 때 내 안에 있는 것을 본 겁니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잘하는 게 있어요. 책을 읽어서 그걸 알아야 해요. 저도 책을 안 읽었으면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는 지금의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 거예요. 직장에 들어가기 전 회사가 과연 내게 맞는 직장인지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게 불안하면 취직하기 전에 책 3천 권을 읽으면 돼요. 저는 지금 1,700권 정도 읽었는데, 쉰 살까지 3천 권을 읽으려고 해요. 아마 그 때는 산 속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제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기대가 돼요.”

 

 

“모든 사람들이 책 한 권씩 썼으면...글쓰는 순간 삶이 완전 좋아져

 

고명환 작가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예상 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잡았다. 살짝 근황만 물었을 뿐인데, 이야기는 폭포수처럼 이어졌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는 인터뷰 시간을 수정했다. 3시간으로! 준비한 질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가끔씩 끊는 실례를 범하고서야 겨우 2시간 만에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말을 많이 안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요.(웃음) 그런데 이게 자연스러운 거래요. 독서에 관한 책에서 그러는데, 천 권에서 3천 권을 읽을 때가 가장 말이 많다는 군요. 저는 지금 1,700권을 읽었으니까 제일 시끄러울 때인 거죠. 저는 책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니까, 3천 권 읽을 때까지는 참지 않을 거예요.”

 

그의 말에 따르면 3천 권을 읽은 후부터 말이 점점 줄어들다가, 만 권을 읽은 후에는 말이 없어진다고 한다. 모든 이치를 깨달아 굳이 말이 필요 없는 경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도 돈을 벌지 않은 것은 돈이 필요 없어서였거든요. 군자는 죽지 않을 만큼만 먹으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정약용이나 이이의 책을 읽어보면 그들은 맛있는 것, 좋은 것 먹는 데 전혀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어느 정도까지 시선이 높아지면 이런 것들이 다 부질없는 거죠. 저는 아직 만 권을 읽지 못했지만 조금은 이해가 돼요. 최근에 책을 낸 기념으로 10월 한 달 동안 책을 30권 읽었어요. 평소 카드값이 500만 원 정도 나오는데 이번 달엔 89만 원이 나왔더라고요. 그런데도 그 어느 달보다 저는 행복했으니까요.”

 

3천 권을 목표로, 그의 표현대로라면 지금 “미친듯이” 책을 읽고 있는 그는, 벌써 내년에 나올 책을 쓰고 있다. 책만 읽으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많이 써지기 때문이다. 물이 차면 넘치듯이, 책을 많이 읽으니 저절로 써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글 쓰기 책에 보면 이런 게 있어요.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억지로 쓰려고 하지 말고 더 읽어야 한다는. 저도 미친 듯이 책을 읽으니까 안 쓰고는 못 배기겠어요.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니까요. 어젯밤에도 1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3장을 써놨더라고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책을 한 권씩 썼으면 좋겠어요. 글을 쓰는 순간 내 삶이 완전히 좋아져요. 희한하게 다른 일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한 마음이 들어요. 모든 사람들이 꼭 그런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고명환

1972년 경북 상주 출생. 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MBC 공채 8기 개그맨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개그맨 문천식과 함께한 〈코미디하우스〉의 ‘와룡봉추’ 코너로 이름을 알렸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자로 활동하는가 하면, 2000년에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에서 마케팅 팀 대리로 근무, 개그맨과 회사원 생활을 동시에 한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교통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일을 계기로 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7년 동안 1,000권에 이르는 책을 읽으면서 책이 시키는 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30대 중반에 방송국을 박차고 나온 개그맨의 열정적인 독서기다. 현재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고, 식당을 경영하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

루시드폴 “6집 앨범 이후 벽 만난 느낌… 도시 떠나니 뭘 원하는지 알게 돼” 2017.11.17
‘꿈꾸는 유목민’ 키만소리 “더 늦기 전 엄마와 해외여행 떠나보세요!” 2017.11.15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