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6.04.08 조회수 | 19,879

알랭 드 보통 "결혼은 감정 아닌 기술"




사랑, 일, 인생…. 어른이 되면 저절로 능숙해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이럴 때 인생의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알랭 드 보통의 책은 탁월한 처방전이다. 내가 왜 힘든지, 무엇 때문에 혼란스러운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지. 알랭 드 보통의 깊은 지식과 지혜를 동원한 분석을 거치고 나면 인생을 조금 더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는 ’일상생활의 철학자’로 불리며 일, 건축, 종교, 예술,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에세이로 확고한 독자층을 형성해왔다.

알랭 드 보통이 다시 사랑을 위해 펜을 들었다. 그 결과물은 바로 신작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인터뷰 당시의 가제는 ‘사랑의 행로’였다.)로 6월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동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들은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식 결말에 물음표를 제기한다. 그리고 결혼생활 속에 사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결혼이란 제도 속에 사랑을 유지하는 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과 통찰을 제시한다. 특유의 픽션에 사유를 녹여낸 형식은 그대로이지만, 보다 성숙하고 현실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생학교 서울’에서의 특별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4월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알랭 드 보통은 제 작품의 핵심을 소개하고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한국 독자들에 대한 애정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Q 작가님의 신작을 기다린 한국 독자들에게 간략한 작품 소개를 부탁합니다.



일단 신작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번 작품은 저의 첫 번째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속편 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하는 사랑에 대해 주목하였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사랑이 계속된 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또한 로맨틱한 이번 책을 독자들이 모쪼록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Q 23살 때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알랭 드 보통이란 이름을 높이는 데 한몫했지요. 그 책이 나온 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요. 40대 중반이 된 이 시점에 속편 격의 소설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사랑이 가장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평생 절대 사랑을 끝낼 수 없기에 몇 살이든 간에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은 연령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줍니다. 저는 이번에 사랑에 대해, 특히 성장한 사랑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젊은이들의 사랑 말고, 다 성장한 사람들의 사랑에 대해서요. 그중 특별히 결혼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결혼생활을 지속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초기의 로맨틱한 감정은 무언가 다른 감정으로 변형되지요. 이번 책에서 저는 그 어려움에 대해 주목했으며, 그런 부분에서 어두운 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또한 희망의 징조도 보려고 했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성장할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Q 전작과 신작 소설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번 신작에서 사랑에 대한 관점이 바뀐 부분이 있었나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로맨틱한 책이었다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반(反)로맨틱한 책이라는 게 두 작품 사이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일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덧붙인다면, 두 작품 모두가 사랑에 대한 책이긴 하지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로맨틱한 태도야말로 사랑의 적이라고 믿는다는 점입니다. 로맨틱한 태도는 매우 매력적이고, 유혹적이지만 사실은 장기간 지속하는 사랑에는 적(敵)입니다. 따라서 좋은 관계란 처음에 관계를 맺게 했던 희망을 배반할 때만이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역설처럼 들릴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히 몇 주간만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서 사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결혼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혼율 상승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결혼생활 중 외도를 겪는 커플도 있지요. 일상생활의 철학자로서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



결혼은 팽팽한 줄 위를 걷는 것과 같아요. 참 어려운 일이죠. 많은 사람은 이 줄 위에서 추락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럴 때 그 줄을 탓해선 안 돼요. 오히려 우리가 줄타기(결혼)가 얼마나 어려울지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탓해야 합니다. 또 우리가 겪을 사건에 대해 충분히 용서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요. 결혼이 단지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은데, 결혼은 오히려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하며 배워가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소설을 쓸 때와 산문을 쓸 때 다른 점이 있나요?



소설이야말로 사랑을 쓰기에 가장 완벽한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소설에선 한 사람의 의식과 심정에 대해 안팎으로 드나들 수 있지요. 한 인물에 대해서 360도 다양한 시점으로 접근할 수 있고요. 엄청난 자유가 허락되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산문을 쓸 땐 한 가지 시점만 취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사랑에 대해 쓰기를 즐깁니다. 사람들이 "소설 언제 다시 쓰실 겁니까?"라고 물으면 전 항상 "사랑에 대해 쓸 것이 충분히 생기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소설은 저에게 사랑의 감정을 탐구하는 매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을 처음 만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에 대해서 인터파크도서와 그리고 각별히 한국 독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흥미로운 지점에 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랑에 대한 서양의 로맨틱한 관념과 오래된 유교적 관념 간의 갈등 내지는 혼합이 일어나는 때이고, 이 시기는 단순하게는 그들의 관계 속에서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모르는 한국의 신구(新舊)세대에게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책이 서구에서 쓰였고 우리는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현실과 꿈 사이에서 길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같을 겁니다. 그래서 이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흥미로운 탐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파크 독자들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변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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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진(북DB 기자)

1983년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 도움으로 성장했습니다. 무력한 존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입니다. kiwi@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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