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5.01.13 조회수 | 5,815

2105년 대한민국, 유토피아는 어디에



최인석 작가가 열두 번째 장편소설 <강철 무지개>를 선보였다. 이는 2013년부터 6개월간 한겨레출판 문학웹진 ‘한판’에 연재했던 작품으로, 지금으로부터 90년이 흐른 뒤인 2105년을 배경으로 한다. 9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세기가 바뀌었건만 그가 그려낸 소설 속 2105년은 지금 2015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한층 더 거세진 자본의 힘.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본은 시장은 물론이요 국가 전체를 지배하고, 그 안에서 인간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다.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사는 마트 계산원 지니와 택배기사 제임스는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하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작가는 희망을 잃지 말라고 우리를 독려한다. 그 언젠가 새카만 어둠 속에 빛나던 무지개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Q <강철 무지개> 집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소설을 시작한 건 아주 오래됐어요. 이야기의 실마리가 된 건 배달 일을 하는 두 청년의 이미지였어요. 수술에 급하게 필요한 장기를 배달하는 청년들이에요. 헬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한 병원에서 다른 도시의 병원으로 가거나 혹은 그보다 먼 어딘가로 장기를 배달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처음에는 단편이나 중편 정도로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이야기가 구체화됐습니다. 

Q 제목인 ‘강철 무지개’는 이육사의 시에 나온 구절로 유명합니다. 이를 제목으로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육사 선생의 시 ‘절정’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는 구절이에요. 그 이미지가 저에게 너무나 강렬하게 와 닿아서 언젠가 한번은 꼭 이걸 제목으로 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번 소설을 쓰면서 강철 같은 암흑의 세계를 관통해 나가는 사람들의 의지나 꿈이랄까. 그런 부분을 이야기해주기에 적합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Q 소설은 2105년이라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지금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네. SF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당장 우리 앞에 놓인 것들 중에 이야깃거리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눈앞에 펼쳐진 아주 현실적인 것들을 피해서 오히려 그 현실을 떠나보려는 시도쯤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지니와 제임스는 현실을 피해 핵폐기물로 오염된 바닷가로 가지만 금세 쫓겨나오고 말죠. 그곳이 이들에게는 일종의 유토피아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곳이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유토피아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만이 즐겁게 사는 건 사실 어떻게 보면 아주 외롭고 비참한 일일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이들이 그곳으로 향했던 건 현실도피에 더 가까워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도피죠. 결국 그곳에서도 온전히 살지 못하고 쫓겨 나오기는 하지만요. 

Q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계속 바뀌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도저히 자아를 유지해나갈 수 없을 만큼 개인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건 개인의 탓이라기보다 지금 우리 삶의 양태가 그렇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진 채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점점 더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요.

계속해서 바뀌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그런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 바뀌는 시점을 보면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 바뀌는 시점과 일치해요. 그들이 해야 하는 일 혹은 현재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그 이름들은 타인이 보는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어요. 

Q 거대 자본에 맞서는 개개인의 모습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요, 이를 집필하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 느낀 바가 있다면요? 

‘자본에 맞서서 이렇게 해야겠다’ 라든지 ‘우리는 이런 자세를 취해야 한다’ 라는 걸 깨달았다기 보다는 그냥 우리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절감했다는 정도에요.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 상태로는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 같은 거죠. 간단하게 예를 들면, 소설에도 등장하는 비정규직 고용 형태는 상당히 비인간적이죠. 이것이 온전한 삶의 방식이 아니란 걸 분명히 알고 있지만 이익과 자본이라는 이름 아래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자본이나 이익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처음에는 연극 대본을 썼다고 들었어요. 소설을 시작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당시엔 검열이란 게 있었어요. 대본을 쓰고 나면 공연 전에 공연위원회에 제출해야 했죠. 공연위원회에서 그 대본을 읽고 어떤 부분은 빨간 줄을 쳐놓고 ‘수정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심하면 공연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했습니다. 검열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공연을 할 수 있었죠. 소설이나 시 같은 것은 사후 검열이었는데 연극은 사전 검열이었거든요. 그런 시대적인 상황들 때문에 대본을 쓰고 연극을 올리는 게 힘들어졌고 그 사이에 소설을 쓰게 됐어요. 

Q 소설과 연극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연극은 적어도 두세 달은 연습을 해야 해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그 기간 동안 싸우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온갖 일들이 벌어지죠. 무엇보다 매 공연마다 다르다는 게 장점이에요. 공연을 일주일에 4번 한다고 했을 때 4번의 공연이 모두 다릅니다. 어떤 날은 정말 공연이 잘 되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땐 다들 말할 수 없이 황홀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에 비해 소설은 혼자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요(웃음). 

Q 연극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느껴지는데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는 건가요? 

기회가 닿는다면 해볼 수도 있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연극을 그만둔 게 안타깝기도 해요. 요즘 부쩍 어려워진 연극 쪽을 보면 속상한 마음도 있고요. 

Q 다음 작품 계획은요? 

다음에는 연애 이야기를 써볼까 해요. 이전에 썼던 것보다 더 리얼한 연애 이야기.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사랑이란 게 무엇인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강서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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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최인석

1953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1979년 [연극평론]에 희곡 [내가 읽어버린 당나귀]를 발표하면서 희곡 작가로 등단하여 대한민국문학상, 백상예술상, 영희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1986년 [소설문학] 장편소설 공모에 [구경꾼]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소설집 [내 영혼의 우물]로 제3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혼돈을 향하여 한걸음], [구렁이들의 집], [목숨의 기억] 등이 있고, 장편소설 [새떼], [내 마음에는 악어가 산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그대를 잃은 날부터], [연애, 하는 날], [투기꾼들을 위한 멤버십 트레이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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