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3.10.15 조회수 | 4,756

다들 이 정도는 힘들어 하지 않나요?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 작가가 등단 7년 만에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약자들에 대한 작품을 주로 써온 최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동일한 메시지를 담았다.


소설집 <팽이>에는 10대, 비정규직, 여성 등 현실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청춘들이 10편의 작품으로 다양하게 형상화됐다.
최진영 작가 또한 혼란과 불안의 시기를 거쳐 작가가 된 케이스다. 꿈을 모르고 대학에 입학했고, 비정규직의 시간을 보내며 인생을 깊게 바라보는 자세도 생겼다. 이 때문일까. <팽이> 속 인물들은 최진영 작가의 거울이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잘 사는 것과 잘 쓰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민도 엿볼 수 있지만, 결국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꿈에 대한 강한 확신도 느낄 수 있었다. 10월의 첫 날, “책을 통해 자신과 함께 독자들이 새로운 삶을 쓸 수 있길 바란다"는 그녀와 마주앉아 지난 7년의 팽이 같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등단 7년만에 낸 첫 소설집입니다. 자신의 소설집을 스스로도 오래 기다렸을 것 같은데요.


등단한 이후 만난 첫 소설집이에요. 6년간 썼던 단편작품들이 그대로 실렸죠. 장편은 몇 달 바짝 써서 금방 책으로 묶이는데 소설집은 그렇지 않잖아요. 모일 때까지 기다리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등단작 ‘팽이’가 실린 소설집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커요. 


Q 등단작을 세상에 꺼내놓으면서 느낌 또한 남달랐을 것 같아요. 


작품을 하나 끝내면 돌아보지 않는 타입이라 이번 기회에 책으로 엮으면서 등단작을 처음으로 열어봤어요. 느낌이 정말 새롭더라고요. 그 시절의 제가 고스란히 느껴졌달까, 그 때의 제 감성과 생각이 글로 남아있어 또 다른 경험이었어요. 첫 작품이다 보니 문학성이 크게 있지는 않지만 다시금 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장편은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 집중해서 쏟아내니까 변화를 담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등단작을 보니 제 변화의 과정을 알겠더라고요. ‘아, 내가 이런 시절을 지나왔구나’ ‘이런 변화를 겪었구나’ ‘여기서 시작했구나’ 하는. 특별한 시간이었죠.


Q 그런 이유로 ‘팽이’가 이번 작품집의 표제작이 된 건가요?


작품들을 검토하다 보니 ‘이건 ‘팽이’로 묶여야 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팽이’가 등단작이라서도 아니고, 작품성이 뛰어나서도 아니에요. 그냥 팽이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결정했어요. 지금의 나는 여기에 있지만 전 참 많이도 돌고 돌아 이 자리에 왔잖아요. 그런 팽이의 이미지와 함께 등단작을 쓸 때의 마음을 잊지 말자는 결심도 담았죠. 팽이가 주는 느낌이 10편의 작품과 가장 잘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Q 10편의 작품은 자본주의, 서민, 비정규직, 여성, 실업청년 등 현실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현실의 어떤 모습에 집중하고 싶었나요.


남들이 현실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몰라서 “제가 현실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그래요”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다 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라 소설에 담은 이유가 커요. 제 삶, 친구들, 지인들을 보면 돈 때문에 힘들어하고 갈등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지위 때문에 많이 고민하거든요. 그게 자꾸 눈에 보여서 익숙한 걸 소설에 끌어오게 된 것 같아요. 


Q 아직 30대 초반인데 본인도 그런 시절을 겪었던 건가요. 


물론이에요. 저도 비정규직이었던 시간이 있었죠. 대학 다닐 때부터 자취를 했었고 돈이 풍족하지 않았죠. 돈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생활하려면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잖아요. 돈이 저절로 따라왔던 젊은 시절을 보낸 적이 없어서 작품에는 제가 했던 고민 또한 담겼어요.

 

 

 

 


Q 작품들이 간결하면서 속도감 있고, 주제의식 또한 투철합니다. 작품 구성이나 집필 방식 등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10편의 작품이 각각 서로 다른 이야기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요. 주제도 무겁고 필체도 강렬한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쉽게 읽히는 데에 집중하면서 글을 써요.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읽고 나서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문장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거든요. 문장을 보고 해석하는 시간을 차라리 이야기 자체에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글을 쓸 때 ‘우리 엄마가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쓰는 편이라 제 문장은 간결하고 담백하면서 이해하기 쉬워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읽어도 별 어려움 없는 글을 쓰는 데 가장 중점을 두죠. 


Q ‘월드빌 401’ 같은 작품은 극단적인 폭력과 분노를 표출하는 한편, ‘첫사랑’ 같은 작품에서는 나직한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10편의 작품 모두 현실을 다루지만 분위기가 다 달라요. 


작품을 쓸 때 당시의 제 기분이 고스란히 담긴 거죠. 분위기도 다르고 내용과 형식 모두 제각각이지만 동세대로서 청년세대가 느끼는 정체 모를 불안과 공포를 작품 안에 담아낸 건 동일해요. 외로운 감정도, 애틋하게 남은 한때의 추억도 우리 모두에게 놓인 명백한 현실이니까요. 


Q 88만원 세대로서 겪은 본인의 경험이 작품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데, 작품 속 캐릭터 설정은 작가와 연결된 부분이 많은가요. 


제 작품 속 인물들은 외롭고 때론 폭력적이며 불안해요. 그런데 전 그 인물들이 겪는 상황이 그렇게 가혹한 건가 하는 의문도 들어요. 소설이라서 약간 과장이 섞였을 뿐, 조금만 과장을 걷어내면 그게 바로 현실 아닌가요. 저도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때가 많았을 뿐더러 ‘월드빌 401호’의 종철처럼 밖에 거의 안 나간 적도 있어요. 불안하고, 고민하고, 인간관계 소통에 어려움도 느끼면서 다들 이 정도는 힘들지 않아요? 상황적으로 100% 매칭이 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감정은 모두 느낀 적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작품에 대화가 굉장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대화를 상징하는 따옴표는 모두 생략했어요. 


첫 작품부터 생겨진 버릇 같은 거예요. 쓰다 보니 서술과 대화가 분리되지 않고 섞여 드는 느낌을 살리는 데 따옴표가 방해가 되더라고요. 따옴표를 사용하는 순간 “이건 대화야”라고 문장이 말해주잖아요. 그런데 그게 제거되는 순간 서술과 대화가 섞이면서 대화가 내면의 목소리가 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효과가 생겨요. 가독성 측면에서도 괜찮은 것 같고요(웃음). 


Q 10편의 작품 중에서 지금 본인의 현실과 가장 비슷한 작품은 뭔가요.


비슷하다기보다 요즘 자꾸 생각나는 작품은 있어요. 최근 제 감정과 정서는 ‘엘리’ 같아요. ‘엘리’라는 작품은 운명처럼 코끼리를 데리고 살아가는 한 인물의 삶을 다룬 작품인데, 그 코끼리는 누군가에게는 꿈이나 신념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일 수 있죠. 작품 속 코끼리 엘리와 주인공의 관계도 그렇고 꿈, 사랑을 좇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해서 요즘 자꾸 ‘엘리’가 생각나요.

 

  

 


 

Q ‘젊은 작가 같지 않은 젊은 작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어떠세요.


어린 나이에 등단을 했고 아직은 30대 초반이라 ‘젊은 작가’라고 많이 불러주시는데, 전 아직 제가 작가라고 생각 안 해요. 그냥 지금까지의 제 소설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이거 좀 이상한데 왜 이상한 지 모르겠어’라는 주문이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어쩌면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에서 소설을 풀어가는데, 작품을 끝내고 난 다음 답을 찾게 되는 것도 아니에요. 문학을 통해 많은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기 보다는 ‘의심에 대한 질문’을 따라가는 거예요. 


Q 등단한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스스로 작가라는 생각이 안 드나요.


저는 단지 글이 좋아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고, 글 쓰는 것 밖에 몰라서 펜을 놓지 않았던 것 뿐이에요. 저에게 소설가라는 건 연예인 같은 꿈이었죠. 글을 쓰는 건 재미있었지만 작가가 될 생각을 하니 막막하고 등단을 반드시 해야 되나 고민도 많았고요. 2006년도에 등단했을 때도 그냥 조리자격증 하나를 딴 느낌이었어요(웃음). 스스로도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주변에 축하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전 여전히 등단하고서도 습작생이었고, 뚜렷한 대표작품도 없었죠. 그러다 2010년 한겨레문학상을 받고 나니 그제서야 청탁도 좀 들어오고 작품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2년 동안의 작품이 많은 거예요. 아직도 전 작가라고 불리는 지금이 낯설어요.


Q 소설을 집필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글만 쓴다는 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만의 규칙을 만들었죠.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하고 밥 먹고 12시부터 글만 써요. 한 글자도 안써지는 날도 많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하고 6시에 퇴근을 하죠. 그런 습관을 만들다 보니 글을 쓰는 5~6시간이 제가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이 되었어요. 글도 오래 붙들고 있다보면 길을 잃고 다른 방향으로 가더라고요. 집중력 있게 글을 쓰다 보니 그게 작품 분위기에 배어나오는 것 같네요. 


Q 작가의 말에 “잘 사는 것엔 관심 없다. 다만 잘 쓰고 싶다”는 내용이 있어요.. 작가의 어떤 고민이 담긴 건가요.


늘 글을 썼지만 ‘글을 쓰기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집을 내면서 ‘아, 내가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작가가 되길 잘했다’라는 문장이 머리에 타다닥 하고 박혔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잘 사는 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잘 쓰는 게 뭔지는 알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꿈이 생겼다면 제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는 거예요. 나 자신을 만족시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아요. 아마 평생 못 이룰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꿈일지도 몰라요. 절대 이뤄지지 않을. 그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Q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세요. 


계간지 <실천문학>에 700매짜리 장편을 세 번에 걸쳐 연재했는데 그게 끝이 났어요. <원도>라는 작품인데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예요. 내년 초 장편소설로 출간될 예정이고 아마 당분간은 <원도> 정리작업에 몰두할 계획이에요. 이전에 저의 작품이 서사에 치중돼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서사를 많이 빼고 다르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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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최진영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팽이]가 당선되었다. 2010년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제15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과 소설집 [팽이]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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