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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10.16 조회수 | 846

[굿북 프로젝트 2기] 문화평론가 허희 “곱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문장들”

​※ 놓치기 아까운 좋은 책을 발굴하기 위해 인터파크에서 실시한 ‘굿북 프로젝트’ 2기 최종 선정작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북DB 독자를 위해 옮깁니다.

☞ 좋은 책이 필요한 분에게 드리는, 굿북 레시피

● 재료

<시절일기>(김연수/ 레제/ 2019년)

● 한 줄 레시피
“단짠단짠, 고소한, 두 번 사는 인생의 맛”

● 맛
- 달콤함 ★★        “인스턴트 단맛이 아니므로”  
- 짭짤함 ★★★★    “세계는 원래 소금밭”
- 고소함 ★★★★★  “곱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문장의 풍미”

● 이런 독자에게 좋아요
- 후루룩 먹긴 먹었는데 아무 맛도 안 느껴지는 내용 없는 에세이에 질린 독자에게
- 한 책으로 여러 책을 먹은 듯 포만감을 원하는 독자에게 

● 조리 시 주의 사항
- 3분 요리보다는 30분 요리를 해야 책의 맛이 극대화됩니다
 
● 요리사
- 하루가 아니라 며칠은 먹을 수 있는 책을 편애하는 독서가 희씨

다른 사람이 쓴 (공개된) 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만만하지 않은 세상―고단한 삶에 대해 다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나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거기에서 생의 어떤 중요한 비밀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기를 쓴 사람이 뛰어난 작가라고 한다면 이 같은 기대가 더욱 커지겠지요. <시절일기>가 그런 책입니다. 소설 독자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 김연수 작가가 갈무리한 십 년의 기록들.

이 책에는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 낮이 아니라 밤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제가 보기에 이렇습니다. 만만하지 않은 세상—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이 당신 혼자만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우리는 전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일반화의 오류?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어리거나 늙었거나, 여성이거나 남성이거나,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나, 여기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개별적인 ‘나’들이 동일한 ‘우리’로 묶이는 거죠. 이것은 낮의 흥성거림과는 거리가 멉니다. 밤의 적막함과 더 잘 어울리지요. 더구나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긴 어둠의 사회적 시간을 함께 보내오지 않았던가요. 이런 내밀한 공통의 기억이 <시절일기>에 담겨 있습니다. 일기는 밤을 지새운 ‘쓰기’의 흔적이지요. 김연수 작가 역시 일기의 본질이 쓰기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이죠.

“사소한 실수라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인생의 의미를 알아내려면 적어도 두 번의 삶은 필요하다. (……) 우리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한 번 더 살 수 있다.”

한 번의 삶도 힘들어 죽겠는데 두 번의 삶을 살라니요. 하지만 저는 <시절일기>를 읽고, 저의 일기를 써봄으로써 이왕이면 두 번의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인생이 짭짤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보니 달콤하기도 하고, 계속 음미해보니 심지어 고소하기도 하다는 걸 새롭게 느끼게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안 그러면 이토록 다양한 인생의 맛을 우리가 어떻게 즐길까요?

- 글 : 허희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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