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소식

등록일 | 2019.10.16 조회수 | 862

[굿북 프로젝트 2기] 출판평론가 김성신 “온 우주에서 가장 차갑고 가장 매운, 불로초의 맛!”

※ 놓치기 아까운 좋은 책을 발굴하기 위해 인터파크에서 실시한 ‘굿북 프로젝트’ 2기 최종 선정작에 대한 전문가 리뷰를 북DB 독자를 위해 옮깁니다.

☞ 좋은 책이 필요한 분에게 드리는, 굿북 레시피

● 재료

 <죽음의 에티켓>(롤란트 슐츠/ 스노우폭스북스/ 2019년)

● 한 줄 레시피
“온 우주에서 가장 차갑고 가장 매운, 불로초의 맛!”
진시황은 왜 불사초가 아니라 불로초를 찾았을까? 죽지 않음은 저주요, 늙지 않음이 축복임을 그는 알았던 거다.

● 맛
① 달콤함 ☆☆☆☆☆ “달콤함? 1도 없음! 실제로 죽어보는 것과 같은, 아주 아찔한 독서 경험”
② 짭짤함 ★★★★★ “어이없을 정도로 선명해진 죽음은 가장 굳건한 삶의 의지로, 곧장 태세전환”
③ 고소함 ★★★★★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이 공정성! 엄격함! 고소할 수밖에”

● 이런 독자에게 좋아요
- 인생을 사랑하고 싶은 독자
- 마지막까지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은 독자

● 조리 시 주의 사항
- 죽지 않을 것처럼 살겠다는 부도덕한 마음이라면, 이 책을 건드리지도 말 것!
- 잘못 먹으면 자신의 인간적 수준을 보게 됨

● 요리사
  - 화끈한 독서를 사랑하는 탐식책벌레 김씨 아저씨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있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모든 이들처럼 나는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주 특별한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이 낯선 감각. 낯설지만 불편하지 않다. 두렵지도 않다. 살아 있는 나는 지금, 삶의 의지를 격정으로 내뿜고 있으며, 찬란한 환희를 감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불타오르는 사랑. 사랑의 뜨거움 느낀다. 약 먹었냐고?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내가 방금 복용한 것은 <죽음의 에티켓>이란 단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은 오로지 죽음을 말한다. 멀찍이 떨어진 죽음이 아니다. <죽음의 에티켓>은 죽음을 관조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이다. 이 책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죽음을 나에게 들려준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손톱과 발톱은 푸르스름하게 변했고 어쩌면 당신의 무릎이나 뼈나 입술까지도 그럴 겁니다. 피가 몸 안에서 빨리 돌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쇠약함이 입술을 헤벌리게 하고 뺨은 움푹 들어갑니다. 두 눈은 눈두덩 깊은 곳으로 쑥 들어가 버립니다. 코가 헤벌린 입 위로 뾰족이 솟아 있습니다. 음식을 삼키는 반사 기능은 약해져 구강 깊은 곳에 침이 고였습니다. 숨을 쉬면 공기가 그렁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이제 임종의 시간이 아주 가까워졌다는 의미지요…”

책을 읽는 동안 자주 기이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내가 나의 임종을 나의 머리맡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다. 말하자면 유체이탈과 같다. 단지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 감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죽음이란 삶에 반대되는 개념일 뿐일까? 아니다.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다. 다만 삶의 맨 마지막 순서에 놓여 삶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 그래서 <죽음의 에티켓>은 삶이 우리에게서 어떻게 완성될 것인지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동안 <죽음의 에티켓>을 읽을 수 있었다니! 고맙고 기쁘다.

 

- 글 : 김성신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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