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소식

등록일 | 2012.02.15 조회수 | 32,448

‘위대한’ 2인자, 그들이 가진 원칙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지만, 이제는 어디서 꺼내기 민망할 정도로 철 지난 농담이다. 하지만 유행어 속에 담긴 뜻, 1등을 우대하는 현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공고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2등, 3등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가장 앞에 선 1등, 흔히 말하는 1인자에게만 집중된다. 세상은 1인자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고 환호하지만, 밝은 빛 뒤에 서 있는 2인자는 쓸쓸하고 초라하게 느껴지기 일쑤다.

 

 

지난 1월에 개봉한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1인자만 주목을 받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배우 김명민이 연기한 주인공 주만호는 평생 다른 선수를 위해 뛰어온 ‘페이스 메이커’다. 영화는 누군가를 1인자로 만들기 위해 30km만 뛰어온 ‘2인자’ 마라토너 주만호가 생애 처음으로 자심만을 위해 42.195km를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페이스 메이커>의 프로듀서는 수영선수 박태환이 찍힌 한 장의 사진에서 영화가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뒤로 반쯤 잘린 채 사진에 등장한 페이스 메이커 선수를 보고 영화를 기획했다는 것. 이처럼 영화는 1인자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2인자에게까지 스포트라이트를 확장시킨 셈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2인자가 없다면 1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장량 없는 유방’이나 ‘정도전 없는 이성계’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책을 뒤져볼 것도 없다. 국민MC 유재석 옆에 거성 박명수가 없었다면? 우리의 주말은 지금보다 재미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2인자의 역할은 1인자의 것처럼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은 나름대로의 원칙과 전략으로 2인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2인자들은 1인자가 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2인자는 그들 나름의 삶이 있다. 그저 대중들만이 ‘2인자’는 힘들고 초라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뿐이다. 오늘은 역사적인 1인자를 만들어낸 ‘위대한’ 2인자의 모습과 그들의 원칙, 전략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위기의 순간 1인자의 곁을 지킨 루이 하우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인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이다. 그는 강력한 내각을 조직하고 경제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뉴딜정책 등을 추진하며 미국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 결과 대통령을 4선이나 지내는 영광을 누렸다. 그 영광을 함께한 인물은 그의 오른팔이자, 루스벨트 내각의 2인자 루이 하우이다. 하우와 루스벨트는 젊은 시절부터 함께 일을 했다. 하우는 일찌감치 루스벨트를 대통령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39세의 나이에 소아마비에 걸리면서 정치생명은 물론 삶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루스벨트에게 모든 것을 걸었던 루이의 삶 역시 위기를 겪는다. 건강이 생명인 정치인에게는 소아마비란 치명적인 병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우는 루스벨트의 곁을 떠나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무려 7년 동안이나 병상을 지키며 그의 복귀를 돕는다. 소아마비를 앓은 지 정확히 7년 만에 루스벨트는 뉴욕 주지사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계로 복귀한다. 그리고 4년 후 하우는 루스벨트를 대통령으로 만들며 루스벨트를 미국 정치의 1인자로 올려놓는다. 물론 자신은 루스벨트의 뒤에서 2인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아마 하우의 그와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루스벨트는 역사에 쓰이지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우는 어려운 순간에도 1인자의 곁을 지키는 것이 2인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보여준다.

 


부족한 1인자를 도운 세 명의 전문가 장량, 소하, 한신

 

 
한나라 개국 공신 3인방(위로부터) 장량, 소하, 한신

 

“내가 이 걸출한 세 사람의 인재를 기용했기에 천하를 얻은 것이요. 반대로 항우는 범증을 곁에 두고서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 덜미를 잡힌 것이오” 반반한 얼굴만 믿는 날건달 유방이 한(漢)나라를 세우면서 남긴 말이다. 앞서 언급한 세 사람은 장량, 소하, 한신 등 개국공신 3인을 지칭한다. 즉, 유방이라는 1인자는 세 명의 걸출한 2인자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유방은 똘마니들과 어울리며 계집질이나 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내세울 것은 오직 잘생긴 외모뿐이었다. 훗날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별 볼일 없었던 유방이 항우라는 걸출한 인물을 이길 수 있었던 것, 한 나라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 모두 세명의 2인자들의 힘이 매우 컸다. 전략가인 장량은 유방의 벗이자 스승으로서 전쟁의 전략을 세웠고, 군사인 한신은 탁월한 군사능력을 발휘했고, 행정가인 소하는 후방을 안정시키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1인자인 유방이 능숙하지 못한 전문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 명의 2인자의 전문성이 없었다면 유방은 한나라의 임금은 물론이며, 항우에게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날 우리는 이들 세 명의 모습을 통해 1인자가 부족한 전문성을 채워주며 승승장구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2인자의 몫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2인자 리더십을 실천한 정도전

 

 

 

‘일인지하 만인지상 (一人之下,万人之上)’. 지위가 아주 높음을 의미하는 뜻으로, 조선 개국의 1등 공신이었던 정도전을 지칭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그만큼 당시 정도전이 가진 권세는 태조 이성계에 못지 않았다는 숨은 의미가 담겨있다. 1인자 못지 않은 영광을 누린 탓일까. 정도전은 부침과 영욕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정도전은 고려시대 말기 유배지에서 3년을 보내면서 조정과는 괴리가 있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나이 42세에 이성계를 만나면서 크나큰 변화를 겪는다. 이성계의 역성혁명과 반란을 도와 조선 건국의 이바지를 하며 역사의 주연으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이내 태조의 아들인 이방원에 의해 일어난 ‘왕자의 난’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고, 승자의 기록이란 역사에 의해 간신과 모신의 이름으로 기억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갈릴 수 있지만, 그가 뛰어난 2인자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조선개국을 위해 이성계를 도우며 보여줬던 ‘2인자 리더십’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사실 2인자에게 리더십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2인자는 그저 참모이며 조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전에 한해서는 유효한 말이다. 무장(武將)이었던 이성계가 왕이 되기 위해서는 성리학자인 정도전의 사상과 덕(德)이 필수였다. 따라서 두 사람의 관계는 1인자와 2인자라는 상하관계라기보다는, 때로는 2인자가 1인자를 이끄는 ‘역(逆)리더십’의 모습을 보일 만큼 수평적이었다. 특히 ‘1인자 리더십’에 부족한 부분을 채웠던 것이 눈에 띈다. 1인자는 자신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큰 그림을 보고 앞으로 달려나가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는 수많은 반대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도전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2인자 리더십’으로 채워 넣었다. 조선 개국에 반대하는 인물을 설득하거나 처단하고, 토지 개혁을 추진해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조선 개국의 2인자 정도전의 모습을 통해서 ‘1인자 리더십’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2인자의 몫이고, 때로는 ‘리더십’이라는 모습으로 표출됨을 알 수 있다.


2인자를 위한 10가지 조언

 

오랫동안 2인자는 1인자에 오르지 못한 실패한 리더의 한 부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앞서 알아본 것처럼 2인자는 1인자에 못지 않은 존재감을 가졌고, 때론 1인자 이상의 역량을 보여줬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와 같은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사회는 2인자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른바 ‘2인자 리더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인자와 1인자의 본질적 차이는 서열이 아니라 ‘역할의 차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2인자의 역할을 무엇이고,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다음은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히런워런 베니스가 말하는 ‘2인자를 위한 10가지 조언’과 2인자들의 위한 책 모음이다.

 

▲ 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
▲ 리더를 알아야 한다.
▲ 큰 충돌을 피하라
▲ 1인자에게 진실을 말하라
▲ 1인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서 훌륭히 수행하라
▲ 영혼을 팔거나 개인 생활을 망치지 말라
▲ 따르기도 하고 이끌기도 해라
▲ 제자리에 머무를 때를 알라
▲ 물러날 때를 알아라
▲ 성공의 개념을 정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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