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소식

등록일 | 2011.12.22 조회수 | 36,726

[12월 기획 3탄] ‘희로애락’으로 돌아본 2011년 출판계 핫이슈 ‘애(哀)’

슬플 ’애(哀)’. 올해는 유난히 ‘거장의 타계’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들린 한 해였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문학계의 거장 박완서 작가서부터 IT의 거장 스티브 잡스까지 우리 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끊이지 않았다. 문화, 예술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이들이 떠나자 그 추모 열기는 독자들의 책 구매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긴 고인들을 떠나 보내는 독자들의 마음은 말 그대로 ‘애통(哀痛)함’ 그 자체였다. 독자들의 ‘애(哀)’가 독서에 그대로 전파된 경우는 책을 통해 고인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으려는 마음이 전달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가장 큰 핫이슈였던 스티브 잡스 타계 당시 그의 자택 앞 추모열기 모습

 

고인을 떠나 보낸 후 책으로 이어지는 추모 열기를 ‘독서 추모’라 부르기도 한다.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부터 불어 닥친 ‘독서 추모’열기는 세상을 떠난 고인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올해는 특히 거장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많았고, 그들이 내세웠던 가치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독서추모로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제로 박완서 작가 타계 소식이 들린 후에는 독자들은 “고인의 책을 읽고 고인을 기리는 분들과 함께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독서 추모’에 앞장서기도 했다.

 

12월 기획 세 번째 시간에는 올 한 해, ‘더 아름다운 길’로 우리 곁을 떠난 고인들을 다시 기억하며 그들의 작품을 다시 되새겨보고자 한다. 고인의 책이 폭발적인 구매 열풍을 낳으면서 품귀현상을 빚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세상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메시지를 두고 간 고인을 추억하는 일은 출판계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독자들에게 애통한 마음을 심어주며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다사다난했던 올해 출판시장을 정리해본다.

 


문학계 - 소설가 박완서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간 그녀


 

 

2011년의 첫 달, 신년을 맞이해 들떠있던 세상에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국문학의 거목이자 큰 별인 소설가 박완서의 타계 소식이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따뜻하게 보듬은 타고난 이야기꾼의 타계 소식은 독자들에게도, 문학계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불혹의 나이에 등단한 故 박완서 작가는 40년 간 수많은 소설과 수필을 쓴 현대 문학계의 ‘어머니’이자 ‘국민 작가’였다.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녀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연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1970년 한 잡지의 장편 소설 현상 공모에서 <나목>이 당선되며 소설가로의 길을 시작한 박완서 작가는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고통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줬다. 1988년 남편을 병으로 잃고 의대 레지던트 과정에 있던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낸 후 “나 좀 데려가 달라”며 목놓아 울부짖던 그녀는 향년 80세, 더 아름다운 길로 떠났다.


그녀는 떠났지만 ‘박완서’라는 소설가가 남긴 작품은 서점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고인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당시 쟁쟁한 작품을 제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나목>을 비롯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 등 작품 6권이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그녀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 낭독 공연도 성행했으며 그녀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연극도 무대에 올라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끼쳤다. 대중적인 인기도가 놓아 수많은 독자를 문학의 세계로 안내한 그녀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죽어서도 독자 곁에 영원히 남았다.

 

 

IT계 – 스티브 잡스
최고이자 최초였던 혁신의 아이콘, 별이 지다


 

 

2011년 하반기 열풍의 주인공은 단연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 사망’은 올 한해 각종 포털사이트의 국대 최다 검색어 1위였으며, 페이스북이 발표한 올해 10대 트렌드 중 하나였다. 한 기업가의 죽음이 세계적으로 추모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그와 관련된 모든 소식이 이슈가 되었던 한 해였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전 세계의 문화를 통째로 바꾼 ‘IT의 거장’이자 ‘영웅’의 관련 소식은 그가 사망한 10월 6일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식지 않은 핫이슈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파격과 혁신으로 시대를 앞서간 스티브 잡스의 생애는 물론, 그의 경영방침, 그의 제품, 그의 연설문까지 어느 것 하나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그의 공식 전기가 지난 10월 24일 발매됐다. 스티브 잡스가 인정한 공식 전기라는 사실만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스티브 잡스>는 그가 직접 저자를 찾아가 부탁해서 세상에 내놓으려 했던 공식 전기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전기를 낸 출판사를 찾아가 몽땅 빼라고 지시했던 그가 남긴 유일한 자서전이다. 11월 21일 출간 예정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그의 갑작스런 사망과 함께 앞당겨 출시되었으며 각 서점의 하루 최다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러한 폭발적 판매량 덕분에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AFP통신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아마존닷컴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등극한 도서 또한 <스티브 잡스>였으며 최근에는 전자책과 증보판의 출간 소식도 들리고 있다. ‘약간의 지혜’만 세상에 남기고 싶어했던 그의 바람은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계 – 박영석 대장, 최동원, 장효조 선수
하늘에 도전의 짐을 내려놓은 사나이들


 

 

 

“산 사나이가 산에서 죽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던 故 박영석 대장.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 기네스북에 올랐던 진정한 ‘산사나이’였다. 더 오를 곳이 없었던 상황에서도 늘 도전에 목말라 했다. 그런 그가 지난 10월 20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인한 의지와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온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던 그의 실종이었다. 10여 일간의 수색작업이 계속됐지만 10월 28일 히말라야에서는 그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국내 영결식은 11월 3일 그와 함께 실종된 신동민, 강기석 대원과 함께 합동 영결식으로 치렀다. 사상 처음으로 산안인장으로 열린 세 명의 산사나이의 삶은 끝까지 산과 함께였다. 그의 영결식이 치러진 직후 박영석 대장이 2003년 출간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끝없는 도전>이 다시금 부각됐다. 그의 등반인생이 고스란히 기록된 <끝없는 도전>은 그의 인생 발자취와 함께 영원한 전설로 남을 도전정신이 깊게 담겨있는 책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다시 책을 펼쳐 들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전설의 야구선수’로 기록되는 최동원, 장효조 선수의 타계소식도 들려왔다. 스포츠계의 큰 별이라 할 수 있는 두 선수는 각각 대장암과 위암으로 나란히 9월 야구팬들의 곁을 떠났다. 두 선수의 타계 소식은 올 한해 스포츠 10대 뉴스에 선정될 만큼 큰 이슈였으며, 그들이 사망한 후 야구 관련 책 출간이 봇물을 이뤘다. 특이한 점은 야구시즌이 끝난 직후 야구 관련 서적 출간이 더 거세졌는데, 이는 야구 팬들에게 전설의 선수들의 활약상과 함께 야구의 매력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더불어 기존의 야구 관련 서적에 비해 올해 출간된 책들에는 최동원, 장효조 선수의 활약을 다룬 책들이 많았다. <한국야구 결정적 30장면>에서는 최동원과 선동열 선수의 맞대결을 다루었고,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에서는 최동원, 장효조 선수가 한국야구에 남긴 기록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했다. 후반기 야구와 관련해 출간된 책은 총 30여 권으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책은 드물지만, “야구는 인생이다”라는 주제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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