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0.04.05 조회수 | 35,490

배우 <류승수>의 서가

내게 있어 책은 또 하나의 무대다.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받는 대본부터 출연작에 이르기까지 나를 다시 창조하는 연기세계로 초대하는 길목이다. 
대본의 첫 독자가 되는 순간 나는 이미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다른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순수하게 책을 사랑한다는 말은 감히 하지 못하겠다. 물론 책 자체만으로 나를 매혹시켜 그 안으로 빠져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취미=독서’라는 필요와 의무감에 책을 잡았던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문득 책을 즐기는 나를 발견한 오후가 있었다. 책에 빨려 들어간다고 해야 하나? 그 책이 바로 로버트 그린의 <권력이 법칙>이다. 문득 생기는 여유로운 시간, 서점 나들이를 취미로 삼고 있는 나를 다시 발견했다. 귀퉁이에 놓여 있는 내 책 <나 같은 배우 되지 마>를 보고 오기도 하지만, 새롭게 나오는 많은 책이 어떻게 나를 매혹시킬까 궁리하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이제 내게 있어 책은 무대이고 상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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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부산 출생. 군 복무를 마친 어느 날 친구의 말 한마디에 배우의 꿈을 갖게 되어 연기공부를 시작한 끝에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방송국 공채에 일곱 번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연기에는 소질이 없으니 매니저나 개그맨을 하라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오로지 연기밖에 없어서 기어이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박찬욱 감독의 <3인조>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지만,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잠깐 등장해 충격을 받기도 했다. 
<신장개업>, <세이 예스> 등에서 단역을 거쳐 2001년 <달마야 놀자>의 명천스님 역으로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놈놈놈>에서 태구의 짝패 만길 역으로 다시 한 번 눈길을 끈 바 있다. 지금까지 <겨울연가>, <종합병원2>, <귀엽거나 미치거나>, <얼렁뚱땅 흥신소> 등 TV드라마를 비롯해 총 2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조금은 소심해 보이는 얼굴과 특유의 어눌한 코믹연기로 작품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배우로 평가 받고 있다. <나 같은 배우 되지마>출간.

명사의 추천도서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을 명사가 직접 추천합니다.
  • 무소유 | 법정 | 범우사

    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꺼내 읽는 귀한 경험을 했다.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무소유'를 실천하셨던 법정스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좋은 것, 더 많이 등 수많은 "더…"를 꿈꾼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져야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은 세상사의 오욕칠정 대신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 청렴하게 살수는 없지만 내 것이 아닌 것은 미련 없이 마음을 비우는 것, 혹 내 것에 대해서도 언제든 떠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내밀한 속내를 고백하자면 아직 나는 그 단계에 올라서지는 못할 것 같다. 그저 서투른 변명을 해보자면, 적어도 나는 타인의 아픔 위에 올라서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을 때 가방을 꾸릴 수 있는 여유쯤은 가진 인생이라면 스님의 말씀을 조금은 실천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 마시멜로 이야기 | 정지영, 호아킴 데 포사다(Joachim de Posada), 엘런 싱어, 김경환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를 촬영할 때 너무 당혹스런 순간들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초심을 잃고 있었던 나는 안일함을 시트콤에 필요한 여백이라 혼자 쉽게 결론을 내고 작품에 임한 그런 때가 있었다. 타성에 젖은 내 모습을 거울 앞에서 발견하던 그때 이 책을 만났다. 내가 왜 이럴까? 내 하루는 왜 이렇게 항상 똑같을까? 왜 나는 이다지도 달콤함에 쉽게 흔들릴까? 그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마시멜로 이야기>을 읽으면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기억이 있다. 꽤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지금도 내 책장에 꼽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그날의 내가 생각나고, 나의 안일함에 경보를 울려준다. 적당한 ‘만족’과 ‘타협’이 가져다 주는 은밀한 유혹에 빠져들려는 나를 지켜주는 작지만 단단한 책이다

  • 디테일의 힘 | 허유영, 왕중추(汪中求) | 올림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한동안 내 마음을 울리던 광고카피다. 특히 내가 존경하는 송강호 선배와 <효자동 이발사>를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에게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우리 배우들은 대사의 톤, 몸짓, 얼굴 표정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더 좋은 연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또 스스로도 만족하려 하는 ‘완벽에의 충동’에 시달린다. ‘조금 더’ 같은 아쉬움을 남길 여지 따위 없이 연기를 하려는 것은 우리들 배우가 가진 숙명이고 의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2퍼센트 부족하다고 느끼면, 관객은 20퍼센트의 부족함을 느낀다’는 마음가짐은 요즘 광고대로 더 좋은 연기를 위해 수십 번의 같은 장면을 촬영하고, 수십 번씩 대본을 고쳐 쓰는 마음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처럼 ‘디테일’이 개인과 기업, 국가의 경쟁력에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오영욱 | 예담

    심각한 비행공포 때문에 나의 첫 해외나들이는 <놈놈놈>을 촬영하던 중국의 서안이었다.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 가운데에서도 해외촬영이라는 진입 장벽이 나를 가로막던 때가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그 작품을 할 수 있었고, 또 대한민국 여권도 손에 쥐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그 두려움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느꼈다는 기쁨과 용기가 시간이 지난 요즘도 불쑥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새로운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그 격한 해방감은 ‘태초에 내가 자연에서 태어났구나’ 하는 또 다른 깨달음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번 새롭게 내디딘 발걸음은 세계 곳곳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좀 더 멀리 가보는 건 어떨까? 이제 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쉽게 내딛지 못하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 여행기다. 사실 그림을 잘 그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저자는 각지를 여행하며,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펼친다. 참으로 부러운 일상이다. 짧은 글 속에 녹아있는 스페인의 정취 속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플라멩고의 화려함과 붉은 천을 휘날리는 투우사의 춤을 생각한다. 가끔 또 다른 내가 되고 싶을 때, 나는 바르셀로나를 꿈꾼다.

  • 권력의 법칙 | 주스트 앨퍼스(Joost Elffers),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 안진환, 이수경 | 웅진지식하우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513년에 로렌초 데 메디치를 위해 쓴 권력에 대한 저서를 통해, “전하가 계시는 높고 고귀한 곳에서 이 미천한 곳을 내려다보시면, 잔인한 운명으로 인해 제가 얼마나 부당하고 크나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는 로렌초에게 다시 정부 요직으로 복직시켜 달라 간청한 것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 역작을 솔직히 파헤치자면 권력에 아부하는 마키아벨리의 이력서인 셈이다. 지난해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16세기가 아닌 21세기에 맞게 신랄한 필력으로 인간관계의 최종 열쇠인 권력을 적나라하게 발가벗겨 낱낱이 공개한 책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이다. 사실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그린의 이야기에 십분 공감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주제로 흐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두꺼운 책의 무게만큼 더 두터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이 책 <권력의 법칙>을 나는 또 하나의 멘토로 삼는다. 우리네 인간이 혼자서 살아가지 않는 한 어디서든 ‘권력’관계라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사회 속에서, 또 다른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필연이라면 ‘권력’을 제대로 통찰하여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처세를 하는 것이 현명한가를 알고 있다면 내 인생에 작은 팁 정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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