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8.12.04 조회수 | 5,435

[작가의 요즘 이 책 ⑤] 김봉곤 "퀴어소설, '내 이야기인데 어쩔거야'라는 마음으로 쓴다"

김봉곤 작가 (사진 : 작가 제공)

중앙일보와 인터파크도서가 공동기획한 ‘작가의 요즘 이 책’ 시즌 2 다섯 번째 작가는 소설가 김봉곤이다. 그는 올 6월,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문학동네/ 2018년)를 출간했다. 이 책은 ‘퀴어소설’이다. 동시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16년 ‘Auto’로 등단할 당시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이번 인터뷰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적인 영역에서 등단하고, 지면을 통해 커밍아웃 한 첫 번째 공식적 게이 소설가”가 된 셈이다.


김봉곤 작가는 등단 후 줄곧 자신의 성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승화시켜왔다. 등단작 ‘Auto’를 포함해 <여름, 스피드> 속 6개의 단편들 모두 작가의 삶에 밀착된 사랑 이야기다. 감정선을 따라가는 섬세한 묘사들은 마치 그의 삶 일부를 떼어내 보여주는 듯 생생하다.

작가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두 가지 축 ‘사랑’과 ‘글쓰기’를 중심으로 이미 여러 편의 소설을 완성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분량이 두 번째 소설집을 묶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아니냐는 평가가 두려우면서도 ‘쓰지 않고는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 같은 마음’으로 완성한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김봉곤 작가의 글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 “그는 사랑의 글쓰기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러니까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것이 제어불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사랑에 미친 사람’처럼 이 소설들을 완성했을까. 소설가 김봉곤에게 <여름, 스피드>와 요즘 읽고 있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커밍아웃을 한 첫 번째 게이 소설가’라는 소개가 있는데요. 맞습니까?

“네, 맞는 것 같아요. 공적인 영역에서 등단을 하고 지면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게이임을 밝힌 것은 아마도 제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Q 커밍아웃을 하고 글을 쓸 때 다른 점이 있나요?

“화자 뒤에 숨을 수 있는 자유도 있기는 하지만, 저를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더 자유로워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약간 비겁한 글쓰기일 수도 있는데요. 소설 쓰다 보면 아귀가 잘 맞아야 되잖아요? 그런데 안 맞을 때가 있어요. ‘내 이야기인데 어쩔거야’하는 마음이 드는 거죠. 그런 식의 가벼운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커밍아웃을 한 화자를 등장시켜서 좀 재밌게 갖고 노는 편인 것 같아요.”

<여름, 스피드> 김봉곤 / 문학동네/ 2018년

Q <여름, 스피드>라는 소설집에 나와있는 서사의 기본은 연애에 기초하고 있거든요.

“저에게는 하나의 서사 전략이 된 거죠. 제가 연애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인생 최고의 기쁨은 글쓰기도 아니고 연애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저를 말하는 글쓰기의 방식을 추구해왔고, 당연히 남성을 사랑하는 게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요. 그게 맞물리면서 순환한 느낌이에요. 저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죠. 저의 포지션을 그렇게 잡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소설집 안에 6편의 소설이 담겨있거든요. 감정과 몸이 섞여 있는 게 연애라고 했을 때 이 소설들에 표현된 연애는 ‘욕망을 해소하는 방식으로서의 연애’라는 느낌이 강해요.

“정확하게 보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성적 에너지가 충만한 두 남자가 만나서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 중에 하나죠. 욕망적인 사랑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소설들을 보면, 결국은 지독할 정도로 자기애가 강하게 느껴지는 소설들이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놀랍게도 저는 자기애가 정말 없는 편이에요. 오히려 스스로를 하찮게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래도 ‘글을 쓰는 나’를 엄청 사랑해요. 그래서 조금 이상하리만치 저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글 쓰는 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글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자존감도 별로 없는 편이고, 누굴 만날 때 자신감도 별로 없어요. 그런데 글을 쓸 때만큼은 자존감이 엄청나게 넘쳐나는 편이에요. 그래서 되게 좋아요.”

Q 화자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와요. 인생 동선이랄까요? 이런 것들이 김봉곤 씨와 많이 겹치는 것 같아요. 영화 얘기도 나오고 그러다가 소설로 돌아서고요. 교환학생 이야기도 나오는데 왠지 실제로 갔다 왔을 것 같고요. 보통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자전적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 같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제가 덧붙이자면 교환학생을 갔다 온 적은 없어요. (웃음) 그 부분은 완전히 픽션인 거예요. 제가 소설을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아, 진짜 너무 질린다. 또 나야?’라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씩 비트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작은 변수를 들여와서 글을 쓰는데, 저를 완전히 떠나서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요소 요소에 집어 넣는 거죠.”

Q 두 번째 소설집이나 다른 장편소설에서 비슷한 내용을 다루어도 사람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요?

“엄청 고민이죠. 저 역시 빠른 시일내에 새로운 글을 쓰려다 보니까 동어 반복을 하고 있다는 압박을 많이 받아요.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어요. 변명을 하자면 ‘너무 빠르게, 너무 자주 주제를 바꾸는 작가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기억남는 말이 하나 있는데, 제가 등단 당선 소감에도 썼던 문장이에요. ‘새로움은 깊이에서 나올 수도 있다’라는 말인데 그게 뭘까 생각해보기도 해요. 물론 그 말에 너무 의존해서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조금 달라지고 조금 더 깊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치는 여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문학동네/ 2009년

Q 김봉곤 작가의 ‘요즘 이 책’은 뭔가요?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라는 소설이에요. 대학 때, <피아노 치는 여자>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소설이 영화가 됐을 때, 그리고 영화가 소설이 됐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성격을 분석하는 수업을 들었거든요. 그때 진짜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었어요.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페미니스트 작가이고 놀라울 정도로 정말 잘 쓰는 소설가예요. 보고만 있어도 경이로울 따름이에요.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10년 전이에요. 10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을 어떻게 페미니즘적으로 읽을 수 있을지, 이 사랑은 얼만큼 다른 모습일지 비교해가면서 보고 있어요.”

Q 어떤 내용인가요?

“에리카 코우트라는 음대 피아노 교수가 발터 클레머라는 남자 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요. 그 사랑이 부드럽고 달콤한 사랑만은 아니에요. 피학과 가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이것이 옳다 그르다로는 판단할 수 없는 그런 사랑이에요. 관계가 흥미로운데 그 셋을 왔다갔다 흐르면서 한 여자가 사랑하는 이야기예요.”

Q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죠?

“네. 제 소설을 읽고 너무 야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저는 그래도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옐리네크 소설 읽고 다시 배우려고요. (웃음) 노골적인 성애 묘사에 일가견이 있으셔가지고요. ”

Q 최근 퀴어 문학이 주목받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퀴어 소설은 꾸준히 있었어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퀴어 소설이 또 나오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 페미니즘 리부트도 있었고, 퀴어문화축제도 큰 페스티벌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올라오는 느낌이 있죠.”

Q 퀴어 문학 계보도에 기형도 작가도 언급되던데요.

“논란이 많죠. ‘이 사람이 퀴어다’라고 확정지어서는 말할 수 없겠죠.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데 퀴어하게 읽을 여지는 정말 많다는 거죠. (기자 : 그 텍스트 자체를요?) 네. 어떤 남자, 노인을 보는 장면이었던가요? 기형도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 그 공간이 퀴어들의 크루징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혀 아닐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읽을 수도 있어요.”
(*크루징 : 극장, 공원, 터미널 화장실 등에서 동성애 파트너를 찾는 행위)

Q 본인이 정의하는 ‘퀴어함’과 ‘퀴어 문학’이란 뭔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고, 그 질문에 대한 답(퀴어 문학에 대한 정의)은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말을 하면서 그것에 갇혀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그건 쓰는 걸로 보여드릴게요.”

▶ 중앙일보 [작가의 요즘 이 책] ‘김봉곤 편’ 기사 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171738
▶ 작가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uTI08eSu1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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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스피드 | 김봉곤 | 문학동네

    제가 연애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인생 최고의 기쁨은 글쓰기도 아니고 연애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저를 말하는 글쓰기의 방식을 추구해왔고, 당연히 남성을 사랑하는 게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요. 그게 맞물리면서 순환한 느낌이에요. 저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거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성적 에너지가 충만한 두 남자가 만나서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일 중에 하나죠. 욕망적인 사랑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피아노 치는 여자 |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 이병애 | 문학동네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페미니스트 작가이고 놀라울 정도로 정말 잘 쓰는 소설가예요. 보고만 있어도 경이로울 따름이에요.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10년 전이에요. 10년이 지난 지금, 이 소설을 어떻게 페미니즘적으로 읽을 수 있을지, 이 사랑은 얼만큼 다른 모습일지 비교해가면서 보고 있어요.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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