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8.10.18 조회수 | 3,685

[작가의 요즘 이 책 ④] 김숨 “‘숲 말고 나무 보라’ 말하고 싶다.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소설가 김숨은 최근 몇 년 간 잇달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소설을 냈다. 2016년 <한 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흐르는 편지>와 두 권의 증언소설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를 냈다. <한 명> 출간 이전에는 이한열 열사의 버려진 운동화 한짝을 복원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 < L의 운동화> 를 쓰기도 했다.


이쯤되니 그녀에게 어떤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역사나 현실 참여적인 소설로의 급선회에 특별한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김숨은 대답은 “의도적인 선회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쓰고 싶어서 썼다”는 간단명료하지만 그래서 이유를 더 묻고 싶은 그런 대답 말이다. 말하자면 ‘아무도 없는 방 안에 작은 섬처럼 홀로 외로이 앉아 있는 할머니의 뒷모습’ 그 이미지가 김숨 작가의 소설들을 가능하게 했다. 중앙일보와 인터파크도서가 공동기획한 ‘작가의 요즘 이 책’ 시즌 2가 만난 네 번째 작가는 소설가 김숨이다.

Q 가 이한열 열사의 버려진 운동을 한 짝을 복원하는 이야기잖아요. 그 소설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소설을 썼어요. <한 명>부터 시작해서 올해는 <흐르는 편지>와 증언소설 두 권을 내셨고요. 현실 참여적인 소설을 많이 쓰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의도적인 선회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 L의 운동화> 같은 경우는 제가 복원에 관심이 있었어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소설 같은 경우는 쓰고 싶어서 썼어요. 위안부에 대해서. <한 명>을 쓰고 나니까 그 뒤에 <흐르는 편지>나 증언소설들을 불러와줬어요. 하나의 이미지가 저에게 있었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섬처럼 앉아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 이미지를 제가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미지에서 출발을 했어요.”

< L의 운동화> 김숨/ 민음사/ 2016년

Q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소설로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이후에 다시 증언록을 내는 과정까지 어떤 마음의 고초를 겪었을까. 그게 궁금하기도 하고 미루어 짐작했을 때 짠한 마음도 있고 그랬거든요.

“<한 명>은 증언들에 기대서 쓴 소설이에요. 그러니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을 한 분도 뵙지 않고 쓴 소설이죠. <한 명>을 쓰고 한 2년쯤 지나서 체화(體化)가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흐르는 편지>를 쓸 수 있었고.”

<한 명> 김숨/ 현대문학/ 2016년

Q <흐르는 편지>의 내용은 소녀가 ‘저주 받은 아이(일본군 아이)’를 잉태한 거잖아요. 그래서 계속 지우려고 하다가 마지막 장면에는 뱃 속에 있는 아이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안부에 대한 실상이랄까. 구체적인 고민이나 문제를 드러내는 게 문학의 역할인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과 아우슈비츠 생존자들하고 차이점이 있거든요. 아우슈 비츠 생존자들 중에는 지식인도 있었잖아요. 경험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가능했잖아요.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우는 10대 소녀들이었고, 가난한 집 딸들이어서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경우들이 많아서 다른 누군가가 그걸 기록해야 되는 거죠. 그리고 세대가 다르잖아요. 전쟁을 보지 않았잖아요. 우리 세대는. 위안부를 소재로 소설을 쓸 때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 거죠.”

<흐르는 편지> 김숨/ 현대문학/ 2018년

Q 소설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이 사회에 어떤 일들이 있기를 바라세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어떤 과정으로 동원되었고, 또 가서 위안소에서 어떤 경험들을 했고. 살아 돌아와서 그분들의 삶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그 트라우마를 갖고 살고 계신 거거든요. 그것과 싸우면서 살고 계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한 분의 증언이라도 좀 제대로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또 위안부만의 문제는 아닌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베트남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도 있잖아요. (기자 : 그때는 우리가 또 가해자였잖아요?) 네네. 그렇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가 저희에게 좀 일깨워주는 윤리적인 교훈이 있다고 생각해요.”

Q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소설을 쓴 이후 가장 다르게 느껴지는 건 뭐가 있나요?

“흔히 ‘숲을 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거든요.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딱 한분의 삶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이번에 증언소설 두 권 작업했는데, 할머니들 보면 굉장히 고우세요. 험한 경험을 하지 않고 곱게 살아오신 분들 같거든요. 영혼도 고우시고 몸도 고우시고. 인간 안에는 자정 능력이라는 게 있구나, 회복능력. 그걸 믿게 된 것 같아요. 그게 있다는 걸 믿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할머니들 뵈면서 저도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Q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은 고부갈등이라고 이야기하는 주제에 대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작가가 ‘극단으로 몰고가는 능력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집요해야 되는데 개인적으로 좀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김숨/ 현대문학/ 2013년

Q 제대로 집요하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나요?

“오늘 소개할 <알렉시> 같은 작품.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라는 작가인데 올해 책 세 권을 뜻하지 않게 내고 나서 시를 쓰는 친구에게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 <알렉시>를 읽어보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아내를 떠나며 보낸 편지인데, 남편이 동성애자예요. 그 사실을 고백하지 못 하고 결혼을 하고 아들까지 낳았어요. 그런데 이제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속이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아내도 속이지 않기 위해서 긴 편지로 고백을 하고 아내를 떠나가죠.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도 동성애자였다고 해 요. (소설이) 지적이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독특하더라고요. 정직하게 느껴지고.”

<알렉시·은총의 일격>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문학동네/ 2017년

Q 소설의 어떤 측면이 아름답다고 느껴진건가요?

“우선 문장들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어떤 음악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정서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죠. 설득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득해나가거든요. 떠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설득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가 아내라면 편지를 받고 기꺼이 남편을 보내줄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어요?

“며칠 전부터 쓰고 있는 소설이 있어요. 천천히 써보고 싶어요, 급하게 말고. 제목은 가제인데 ‘긴 복도’.”

Q 소설을 내면 이것이 ‘자전적 소설이 아니냐’는 질문을 더러 받곤 하죠?

“혹시나 제 이야기로 오해할까봐 쓰는 걸 주저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냥 그렇게 증언소설 쓰면서 제 이야기가 아니죠. 그런데 저의 삶이 스며들더라고요. 어떤 문장들에 섞여서.”

▶ 중앙일보 [작가의 요즘 이 책] ‘김숨 편’ 기사 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024619
▶ 작가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_tjlA9oKQ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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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의 운동화 | 김숨 | 민음사

    의도적인 선회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 L의 운동화> 같은 경우는 제가 복원에 관심이 있었어요.

  • 한 명 | 김숨 | 현대문학

    <한 명>은 증언들에 기대서 쓴 소설이에요. 그러니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을 한 분도 뵙지 않고 쓴 소설이죠. <한 명>을 쓰고 한 2년쯤 지나서 체화(體化)가 된 것 같아요.

  • 흐르는 편지 | 김숨 | 현대문학

    하나의 이미지가 저에게 있었어요.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섬처럼 앉아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 이미지를 제가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미지에서 출발을 했어요.

  •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 김숨 | 현대문학

    이번에 증언소설 두 권 작업했는데, 할머니들 보면 굉장히 고우세요. 험한 경험을 하지 않고 곱게 살아오신 분들 같거든요. 영혼도 고우시고 몸도 고우시고. 인간 안에는 자정 능력이라는 게 있구나, 회복능력. 그걸 믿게 된 것 같아요.

  •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 김숨 | 현대문학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들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어떤 과정으로 동원되었고, 또 가서 위안소에서 어떤 경험들을 했고. 살아 돌아와서 그분들의 삶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한 분의 증언이라도 좀 제대로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 김숨 | 현대문학

    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집요해야 되는데 개인적으로 좀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기도 해요.

  • 알렉시, 은총의 일격 | 윤진,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enar) | 문학동네

    올해 책 세 권을 뜻하지 않게 내고 나서 시를 쓰는 친구에게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 <알렉시>를 읽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소설이) 지적이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독특하더라고요. 정직하게 느껴지고.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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