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8.09.19 조회수 | 3,455

[작가의 요즘 이 책 ③] 김성동 ”내 글은 내가 관뚜껑 덮은 뒤 세상이 평가해줄 테니까”

(도서출판솔 제공)

인터파크도서와 중앙일보가 공동기획한 ‘작가의 요즘 이 책’ 시즌2가 만난 세 번째 작가는 소설가 김성동이다. 지난 8월, 그는 대하소설 <국수>를 완간했다. 무려 27년 만이다. 1991년 11월 1일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 두 번의 강산이 바뀌고도 7년이 지나서야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것이다.

‘국수(國手)’는 바둑과 소리, 악기, 무예, 글씨, 그림 등 나라 안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술가나 일인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19세기 말, 작가의 본적지인 충남 예산 대흥 일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조선시대를 풍미한 국수들의 삶을 통해 변질되었거나 사라진 우리말을 본격적으로 복원했다.

12년 간의 승려 생활로 불교와 불교사에 해박했던 그가 1976년 하산 후 출간한 소설 <만다라>는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번 작품 <국수> 역시도 순수 우리말을 복원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당대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작가 생활에 한 획을 그을 ‘걸작’으로 평가된다. 여전히 ‘종교작가’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수>를 집필하기까지 어째서 2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을까? ‘작가의 요즘 이 책’을 통해 그가 많은 질문들에 답했다.

Q 1991년에 연재를 시작한 소설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나온건지요?

“일단 (연재가) 중단됐다가 출판사에서 요구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니까 또 다시 하게 된 거죠.”

Q 연재가 중단됐던 건 무슨 이유 때문이었죠?

“그게 참 묘한데. 내 스스로 그만뒀다니까? 진짜요. 왜? 언어에 막혀가지고. 한 세기 전의 우리 조선말. 나 스스로 못 하겠다고 그랬어요.”

<국수> 김성동/ 도서출판솔/ 2018년

Q 오랜 기간에 걸쳐서 대하소설을 쓸 수 있었던 힘이랄까, 비결은 무엇일까요?

“피어린 현대사를 이야기하다가 이것이 좌절되니까 오히려 저는 그 위로 갔죠. 그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어떤 세계를 살았는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려고요. 오늘의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인가. 왜 이 모양 이꼴인가, 내 삶은. 돌판(바둑)과 중판(승려 생활)은 일단 좌절됐기 때문에 내가 할 말이 없고. 글판(글) 하나 남았잖아요, 글판. 그런데 글판은 아직 평가하지 말아라. 내가 관뚜껑 덮은 뒤에 지나서 세상이 평해줄 테니까. 글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게 스스로 자위하고 있죠.”

Q 소설 <국수>에서는 아버지에 대해서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셨나요?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입으로 그 시대의 삶을 그대로 녹여내는 것. 그걸 해보고 싶었던 거죠. 그들 스스로의 입으로. 그게 한 130년 전으로 시대를 올라갔습니다만, 기가 막히고 놀라운 것은 그때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것이 여전히 지금도 그대로라는 것이에요. 하나도 해결 안 됐어요, 그 모순이.”

Q <만다라>가 나왔을 때 책이 굉장히 많이 판매 됐었잖아요. ‘불교소설, 종교작가’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 소용 없는 이야기예요. 불교, 종교. 그 엄청난 세계를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조금 체험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다만 방황하던 청춘, 20대의 잿빛 노트랄까. 그걸 쓴 것이고. (사실) 관심사가 그게 아니었어요. (진짜 관심사는)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내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의 죽음.”

<만다라> 김성동/ 새움/ 2015년

Q 요즘 재밌게 읽고 계신 책은 뭔가요?

“김홍정이라는 신진 작가가 있습니다. <금강>이라는 책인데. 중종반정(1506)에서부터 임진왜란(1592) 시기까지. 그 시대, 100년이 채 안 되죠. 충남 금강을 중심으로 해서 역사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특히 여성들.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해 가지고 여성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이야기.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시대를 포착해 낸 소설이죠. <국수>보다 더 할아버지 시대로 올라간 거죠.”

Q <국수>도 그렇지만 <금강>도 대하소설인데 이렇게 긴 소설들은 짧은 소설을 선호하는 요즘 독자들의 취향에 거스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떠세요?

“그건 거꾸로 된 거예요. 그럼 독자의 취향을 따라가나, 출판이? 선도해야지. 끌어내야지.”

​<금강> 김홍정/ 도서출판솔/ 2017년

Q <국수>도 그렇지만 <금강>도 대하소설인데 이렇게 긴 소설들은 짧은 소설을 선호하는 요즘 독자들의 취향에 거스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떠세요? 

“그건 거꾸로 된 거예요. 그럼 독자의 취향을 따라가나, 출판이? 선도해야지. 끌어내야지.”

Q <금강>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국수>의 재판이죠.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말, 우리 언어, 우리 풍습.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 지금 ‘아내’, ‘남편’이라고 하죠? ‘아내’의 어원은 ‘안해’예요. 내부의 태양이라는 의미예 요. 남편은 외부의 태양이고. 똑같이 태양이에요. 놀라운 여남평등.”

Q 작가 인생 중 가장 절망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붓을 뺏기는 거죠, 절망은. 청탁이 끊어진 게 그렇지 않습니까. 비공식 탄압이거든. 내가 근원적 공포가 있습니다. 아직도. 자기검열, 이게 무서운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 이를 테면 세 집에 한 집은 그런 비극이 있다는 것. 그래도 다행인 게 나에게는 붓을 잠을 힘이 있다는 거예요. 나는 ‘증’을 받았잖아요. 작가증. 이걸 제대로 써야죠, 내가.”

Q <국수>가 아버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으니, 다음 작품은 어머니의 역사를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고 해요.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의 입으로 과연 무엇을 위해서 왜, 어떻게 싸우다가 어떻게 좌절했는가. 그들이 그렸던 세계는 어떤 세계였는가. 무엇을 위해서 자기 몸을 던졌나 하는 것을.”

▶ 중앙일보 [작가의 요즘 이 책] ‘김성동 편’ 기사 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2952381
▶ 작가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wpQa0KJtO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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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수 1~6 세트 | 김성동 | 도서출판솔

    피어린 현대사를 이야기하다가 이것이 좌절되니까 오히려 저는 그 위로 갔죠. 그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어떤 세계를 살았는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려고요. 오늘의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 만다라 | 김성동 | 새움

    불교, 종교. 그 엄청난 세계를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조금 체험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다만 방황하던 청춘, 20대의 잿빛 노트랄까. 그걸 쓴 것이고. (사실) 관심사가 그게 아니었어요. (진짜 관심사는)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 내 아버지의 이야기. 아버지의 죽음.

  • 금강 1 - 1부 연향 | 김홍정 | 도서출판솔

    중종반정(1506)에서부터 임진왜란(1592) 시기까지. 그 시대, 100년이 채 안 되죠. 충남 금강을 중심으로 해서 역사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특히 여성들.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해 가지고 여성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이야기.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시대를 포착해 낸 소설이죠. <국수>보다 더 할아버지 시대로 올라간 거죠.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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