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7.08.07 조회수 | 11,896

[박준 추천] 삶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마음껏 읽어도 좋을 책

ⓒ <씨네21>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2012년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후 5년 만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2017년)은 자신의 시를 사랑해준 이들을 향한 박준 시인의 답서(答書)이자 연서(戀書)이다. 누군가를 위한 위로의 말이기도 하다. 독자의 느릿한 보폭에 자신의 걸음을 맞출 줄 안다. 실은 그것이 가장 큰 위로라는 것도.

가상의 수신자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집에서 시를 쓸 때마저 늘 외출복을 입는다는 그다. ‘무엇이 변했느냐보다 무엇이 변하지 않을 거냐’를 쓰고 싶다는 박준 시인은 북DB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래됐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무르는 풍경을 작품 속에 담아내겠다는 소망을 비치기도 했다. 이를테면, 홀로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디는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 말이다.

“다 읽고나서 덮어두었다가도 자꾸만 다시 펴보게 되는 책들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통해,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를 위한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들을 고르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삶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마음껏 읽어도 좋을 책”을 선별한 이유 역시 그의 마음을 짐작케 한다. 다 읽고나서 덮어두었다가도 자꾸만 다시 펴보게 되는 책들을 좋아한다는 박준 시인이 선정한 네 권의 책을 만나보자. 감동적이고 따뜻한 시가, 현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시인의 시들이 마음을 어루만져줄 것이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 창비 / 2016년

“나는 말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웰빙’, ‘힐링’ 같은 말처럼 우리가 너무 많이 사용했던 말은 일찍 그 기한이 다한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시” 같은 말도 그렇다. 하지만 김용택 시인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에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따뜻한 시”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어쩔 수 없다. 정말 그의 시는 감동적이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선의 나침반> 숭산행원 / 김영사 / 2010년

“달라이 라마, 팃낫한, 마하 거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꼽혔던 숭산 스님의 저서. 한 생을 거친 수행을 통해 숭산 스님이 얻은 결론은 “오직 모를 뿐”이다. 다만 이때의 “오직 모를 뿐”은 모른다의 의미보다는 몰라야 한다, 혹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의 의미다. 희고 묽은 죽처럼 우리의 속을 편하게 돌봐주는 책이다.”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 녹색평론사 / 2008년

“어린 시절의 내가 가장 자주 읽었던 책은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이 쓴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였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가장 자주 읽는 책은 <우리들의 하느님>이다. 딛는 마음 마음마다 폐허 같을 때 펼쳐보게 된다. 기독교와 신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 문학동네 / 2014년

“이문재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눈동자가 하나 더 생기는 기분이다. 이 눈은 어떤 대상을 말없이 오래 바라보는 눈이다. 이곳에도 그 맑은 눈빛을 하나 옮겨둔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중략)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다.’ (<오래된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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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도서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을 명사가 직접 추천합니다.
  • 울고 들어온 너에게 | 김용택 | 창비(창작과비평사)

    나는 말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생각한다. ‘웰빙’, ‘힐링’ 같은 말처럼 우리가 너무 많이 사용했던 말은 일찍 그 기한이 다한다. “감동적이고 따뜻한 시” 같은 말도 그렇다. 하지만 김용택 시인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에는 여전히 “감동적이고 따뜻한 시”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어쩔 수 없다. 정말 그의 시는 감동적이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 선의 나침반 THE COMPASS OF ZEN | 현각, 숭산행원, 허문명 | 김영사

    달라이 라마, 팃낫한, 마하 거사난다와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꼽혔던 숭산 스님의 저서. 한 생을 거친 수행을 통해 숭산 스님이 얻은 결론은 “오직 모를 뿐”이다. 다만 이때의 “오직 모를 뿐”은 모른다의 의미보다는 몰라야 한다, 혹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의 의미다. 희고 묽은 죽처럼 우리의 속을 편하게 돌봐주는 책이다.

  • 우리들의 하느님 | 권정생(Kwon Jeong-saeng) | 녹색평론사

    어린 시절의 내가 가장 자주 읽었던 책은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이 쓴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였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가장 자주 읽는 책은 <우리들의 하느님>이다. 딛는 마음 마음마다 폐허 같을 때 펼쳐보게 된다. 기독교와 신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 지금 여기가 맨 앞 | 이문재 | 문학동네

    이문재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눈동자가 하나 더 생기는 기분이다. 이 눈은 어떤 대상을 말없이 오래 바라보는 눈이다. 이곳에도 그 맑은 눈빛을 하나 옮겨둔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중략)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다.’ (<오래된 기도> 중에서)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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