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7.07.10 조회수 | 7,636

[김용택 시인 추천] 오랜 시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책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이름은 더욱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었다. 그의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 몰라>가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며 화제가 된 것이다. 윤동주, 김소월, 이육사, 황지우, 천양희, 이문재, 이병률 등의 국내 근현대 시인과 니체, 괴테, 폴 발레리, 예이츠, 릴케 등 외국 작가의 시까지 총 101편의 시가 담겨 있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 몰라>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어느 날 아내와 거실에서 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이 모두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는 데로 주제가 흘렀어요. 그러던 중에 아내가 “마음을 잡아야 하는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번뜩 하나의 생각이 지나갔어요. ‘아! 그거구나. 마음을 잡아야지. 우리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이리 우리들을 불안하게 하는지. 시로 우리의 삶을 물어보자.’ 그러다가 ‘아, 시를 한번 써보자. 아니 남의 시를 베껴보자’ 했지요. 그래서 우리 둘이 남의 시를 한번 써보았습니다. 기분이 상쾌해지더라고요. 무엇인가, 한풀 벗겨지는 시원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시들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김용택 시인은 지난 6월 말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클래식>(예담/2017년)을 출간했다. 윤동주, 김소월, 김영랑, 백석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들의 작품과 김용택 시인이 아끼는 작가의 숨은 명시까지 함께 담았다.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싶은 여운을 필사를 통해 마음에 새기자는 취지로 시작된 <어쩌면 별들이…> 시리즈는 여전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그가 북DB 독자를 위한 특별한 세 권의 책을 선정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떠나지 않는, 늘 곁에 두고 소중히 여겼던 책들이란다. 오래전의 책부터 비교적 최근에 그를 사로잡은 책까지 다양하다. 지난 2015년, 북DB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시간, 삶이 담긴 시. 바른 삶의 길에 들어서게 하는 착하고 쉽고, 진실한 시. 꼬인 말을 풀어 바르게 철로를 놓아 식구들이 있는 우리 집에 일찍 도착하게 한 시”라고 말한 바 있다. 자연을 벗삼고 평생을 함께한 아이들처럼 투명한 시선을 지닌 섬진강 시인 김용택. 그가 선별하고 오랜 시간 곁에 두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이 책들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82년생 김지영>

저 : 조남주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16년 10월 14일

“요즘 가장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다. 소설을 쓴 조남주 작가는 생각이 안나고 김지영이라는 사람이 작가 같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김지영이 책 속에서 나와 내 곁에 서서 내가 한 짓을 보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내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이게 맞나, 이러면 김지영이 뭐라 하겠지, 하며 구체적인 내 일상을 점검하게 되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간단 명료한 문장이, 무슨 논문도 같은 문장들이 삶을 이리 실감 나게 하고 사람을 이리 눈물겹게 하기는 처음이다. 눈물이 이렇게 또렷한 현실이 되는 글은 처음이다. 작가는 글을 신나게 이끌어가고 나는 그 글을 정신없이 따라갔다. 마침내 나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목이 메었다. 나는 48년생이다.”

<추사 명품>
저 : 최완수 / 출판사 : 현암사 / 발행 : 2013년 4월 15일

“내 평생 이 책을 다 읽을지 못 읽을지 안 읽을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내 곁에는 늘 떠나지 않는 책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또 시간이 가면 어느새 그 책은 책장에 꽂혀 있고 다른 책이 오랫동안 내 곁에 와서 머문다. <추사 명품>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책이 분명하다.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글들의 번역이 일관성을 견지하며 차분하고 단정해서 좋다. 책을 떠들어 볼 때마다 계절에 따라 한복을 잘 차려입은 최완수 선생의 산뜻하게 모습 같아 마음이 설렌다. 차례를 지키며 읽지 않아도 된다. 책을 뚝 떠들어 읽다가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글이 있어서 반갑기까지 한다. 책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김수영 전집1 - 시>
저 : 김수영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03년 7월 5일

“나는 한때 김수영의 모든 글을 찾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심지어 김수영의 평들까지 두지고 찾아 읽었다. 처음 나온 김수영 시 선집 <거대한 뿌리>을 읽으면서 나는 이 시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느지 몰랐다. 어렵고 난해 했다. 나는 자연의 순환과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작은 농촌 마을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시는 복잡했다. 그래도 김수영을 넘지 않고는, 김수영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무엇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시집과 산문집을 머리맡에 두고 시시 때때로 읽고 골머리를 싸매고 읽고 슬렁슬렁 읽고 책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내 손때가 많이 묻은 책이다. 그리고 요즘 나는 마음이 편하게 김수영의 시들을 읽는다. 마룻바닥에 누워서도 읽는다. 김수영은 오늘도 내 곁에 살아 있다. 그가 말한 많은 것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진제공 :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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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민음사

    요즘 가장 몰입 되어 읽은 소설이다. 소설을 쓴 조남주 작가는 생각이 안나고 김지영이라는 사람이 작가 같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김지영이 책 속에서 나와 내 곁에 서서 내가 한 짓을 보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내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이게 맞나, 이러면 김지영이 뭐라 하겠지, 하며 구체적인 내 일상을 점검하게 되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간단 명료한 문장이, 무슨 논문도 같은 문장들이 삶을 이리 실감 나게 하고 사람을 이리 눈물겹게 하기는 처음이다. 눈물이 이렇게 또렷한 현실이 되는 글을 처음이다 글을 신나게 이끌어가고 나는 그 글을 정신없이 따라갔다. 마침내 나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목이 매였다. 나는 48년생이다.

  • 추사 명품 | 최완수 | 현암사

    내 평생 이 책을 다 읽을지 못 읽을지 안 읽을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내 곁에는 늘 떠나지 않은 책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또 시간이 가면 어느새 그 책은 책장에 꽂혀 있고 다른 책이 오랫동안 내 곁에 와서 머문다. <추사 명품>은 내 곁을 떠나지 않을 책이 분명하다.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글들의 번역이 일관성을 견지하며 차분하고 단정해서 좋다. 책을 떠들어 볼 때마다 계절에 따라 한복을 잘 차려입은 최완수 선생의 산뜻하게 모습 같아 마음이 설렌다. 차례를 지키며 읽지 않아도 된다. 책을 뚝 떠들어 읽다가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글이 있어서 반갑기까지 한다. 책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 김수영 전집 1 - 시 | 김수영 | 민음사

    나는 한때 김수영의 모든 글을 찾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심지어 김수영의 평들까지 두지고 찾아 읽었다. 처음 나온 김수영 시 선집 <거대한 뿌리>을 읽으면서 나는 이 시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느지 몰랐다. 어렵고 난해 했다. 나는 자연의 순환과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작은 농촌 마을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시는 복잡했다. 그래도 김수영을 넘지 않고는, 김수영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무엇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시집과 산문집을 머리맡에 두고 시시 때때로 읽고 골머리를 싸매고 읽고 슬렁슬렁 읽고 책이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내 손때가 많이 묻은 책이다. 그리고 요즘 나는 마음이 편하게 김수영의 시들을 읽는다. 마룻바닥에 누워서도 읽는다. 김수영은 오늘도 내 곁에 살아 있다. 그가 말한 많은 것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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