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3.04.01 조회수 | 40,128

아나운서 <서현진>의 서가

나에게 책은 유익한 일탈이다. 가족과 회사, 사회 안에서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지만 늘 가슴 한 구석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있다. 책 속에서 만나는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삶을 넘나들면서 일상에서는 감히 꿈꿀 수 없는 짜릿한 일탈을 하곤 한다. 그리고 이 경험들은 한 인간으로, 나아가 더 포용력 있는 방송인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밑거름이 돼 줄 거라 믿는다.

1980년생. 원숭이띠, 사수자리에 O형. 티비에서 본 성탄특선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반해 무용을 시작했고 서울예고를 거쳐 이대 무용과에 입학했다. 별일 없이 그냥 대학시절이 가는 게 아쉬워 아무도 권하지 않은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선이 된 후 인생이 아주 조금 재밌어졌다. 남들은 겉멋이라 흉봤지만 나름 진지하게 방송이 하고 싶어 재수 끝에 문화방송 아나운서가 됐고 원하는 방송을 실컷 하며 ‘매일이 축제 같은’ 신나는 20대를 보냈다. 준비는 했지만 우울한 건 어쩔 수 없는 ‘서른’이 됐고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 해야 하나, 뭔가 다른 삶이 없나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유학을 떠났다. 2013년의 서현진은 다시 서울에 돌아와 여전히 문화방송 아나운서로 매일 아침 MBC 라디오 FM 91.9 <굿모닝 에프엠>과 TV <파워 매거진>과 <생방송 원더풀 금요일>을 진행 중이다. 집밥과 혼자 보는 조조영화, cafe latte, 적당히 화장한 내 얼굴, 비온 뒤 산책을 좋아하고 지루성 피부, 눈 많이 오는 날 운전, 잠수 타는 남자(혹은 여자)를 싫어한다. 2010년경부터 계속 cyworld나 facebook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It’s now or never” 이라는 문구를 사용 중. 굳이 말하자면 인생의 콘셉트랄 수 있겠다.

명사의 추천도서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을 명사가 직접 추천합니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신성림,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 예담

    미래에 대한 만성적 불안을 안고 살던 이십 대 내내 내게 큰 힘이 된 책이다. 사람들의 인정이나 이해를 받지 못해 죽는 날까지 힘들어했던 고흐가 자신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책. 고흐의 고민과 불안이 당시 내가 느끼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어 더 감정이입이 됐다. 전혀 재능이 없는 곳에 인생 전체를 쏟아 붓는 게 아닌지, 힘들기만 한 길에 끝이 있긴 한건 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했던 내 20대를 어루만져 주었던 고마운 책이다.

  • 칼의 노래 | 김훈 | 문학동네

    전직 신문기자의 소설답게 건조하고 명확한 문체에 반했다. 자극적이고 얄팍한 소재, 현란한 미사여구들로 넘쳐나는 소설들 속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작품. 책을 읽고 난 후 마치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고 집에서 만든 최소한의 몇 가지 반찬과 알알이 씹히는 투박한 질감의 잡곡밥으로 한 끼를 먹은 것만 같은 개운함을 느꼈다. 김훈이 재해석한 상남자, 인간 이순신 역시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한동안 내 머릿속의 이상형이 되기도 했다.

  • 비행운 | 김애란 | 문학과지성사

    단편집 <침이 고인다>로 처음 만난 김애란의 글은 가볍지만 우울하고, 잔인하게 현실적이지만 슬퍼 죽겠거나 회복 불능으로 절망적이지는 않아서 좋았다. 최근 그녀가 발표한 <비행운>은 등장인물의 스펙트럼이 조금 더 넓어졌고 내용은 더 깊고 어두워졌다. 책 속 주인공들은 재개발 지역 빌라의 세입자 (벌레들),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에 속아 다단계에 빠진 소녀(서른) 등, 연쇄적으로 밀어닥친 불운에 무방비로 당하는 무기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제 아홉 시 뉴스에서, 수많은 신문기사 사회면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우리 이웃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녀의 소설을 통해서 우리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인정하고 싶지 않던 사회 곳곳의 문제들에 대해 아프지만 제대로 직시할 수 있다는 점이 내가 김애란의 소설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이유다.

  •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마라! | 폴라 비가운(Paula Begoun), 최지현 | 중앙북스

    친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백과사전 두께의 화장품 전문 서적. 비싼 명품 화장품만 피부에 좋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 준 뷰티 실용서. 기초부터 색조화장품까지 브랜드나 가격별로 객관적이고 꼼꼼한 후기를 제공하고 나아가 용어조차도 생소한 화장품 성분이나 동물실험 관련 내용까지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저렴하지만 품질은 굉장히 좋은 화장품들을 골라낼 수 있었다. 책을 산 지 2년이 다됐지만 요즘도 화장품이 떨어지거나 새 화장품의 구체적인 성분과 기능을 알고 싶을 때 늘 가장 먼저 펼쳐보게 되는 ‘화장품 교과서’ 다. 여자 뿐 아니라 뷰티에 관심 있는 멋쟁이 남자들에게도 필독서.





작가 <전민식>의 서가 2013.04.08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의 서가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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