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

등록일 | 2012.10.08 조회수 | 36,790

가수 <이소은>의 서가

어렸을 적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대중 교통 수단 하나 없던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런 나에게 책은 우주로 가는 꿈을 꾸게 했고, 나이팅게일처럼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달려가 사람들을 돕는 상상을 하게 했으며, 허클베리 핀과 함께 강에 배를 띄워 모험을 하고 싶게 했고, 초원의 집 로라의 어머니를 따라 나무 울타리 위 수북이 쌓인 눈 위에 설탕 물을 부어 사탕을 만들어보는 실험을 하게 했다.
 어른이 된 뒤로 책은 내가 경험하고 성장해 가는 다양한 사회의 모습 속에서 혼란이 올 때마다 스스로 믿고 따르는 가치가 최선이라는 믿음을 주고, 내가 겪는 갈등과 불확실 그리고 희망 사이의 공간을 가득 메워준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라고 다독여주는 친한 인생 선배처럼. 그래서 난 책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가능성과 관계없이 꿈을 품고, 도전하고, 도전하는 길 위에서 응원 군이 되어 주니까.

늘씬한 키에 빛나는 눈 그리고 청아한 목소리. 대중들에게 이소은은 언제나 ‘소녀 가수’다. 2009년, 그녀는 12년간의 가수 생활을 잠시 접고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사회 문제를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이미 토플 만점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해 ‘연예계의 엄친딸’로 불리는 그녀에게도 어김없이 좌절의 시기가 찾아온다. 낯선 땅에서 하게 된 공부는 고생 그 자체였던 것. 하지만 어둠의 터널 끝에 빛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3년간 노력한 결과, 2012년 여름 법학 전문 박사(Juris Doctor) 학위를 취득한다. ‘음악은 마음을 이어주고 법은 삶을 연결해준다’고 이야기하는 이소은. 이제 그녀는 법조인이 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법학 전문 박사. 1996년 ‘EBS 청소년 창작 음악의 밤’ 참가를 계기로 가수가 되었다. 1998년 1집 <소녀>로 데뷔 후 4장의 음반을 발표했고, 이승환, 윤상, 김동률, 토이, 패닉 등의 앨범에 참여했으며, ‘작별’, ‘서방님’, ‘키친’, ‘닮았잖아’ 등의 노래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뉴욕 소재 로펌에 입사해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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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정일 | 샘터사

    나는 좋은 글귀를 보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 면에서 故 장영희 교수님의 책은 통째로 메모해서 내 방 벽마다 붙여놓고 싶다.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대해 덕을 쌓는 것이 결국 내 실속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 반성하게 하고, 다짐하게 하고, 결심하게 하는 이 분의 말씀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 계신다.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왕은철 | 현대문학

    인간의 사랑, 잔인함, 고귀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인함을 아프가니스탄 두 여성의 삶을 통해 보여준 책. 충격적이었고 숨이 멎었다.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든 존엄하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미리암과 라일라가 증명해준다. 가슴이 울려서 오랜 시간 생각에 빠지게 한 소설임과 동시에 지금의 세계 사회가 풀어야 할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 예언자 세트 (한글판+영문판)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유정란 | 더클래식

    한 달에도 서너 번, 절실한 마음으로 집어 들어 다시 읽게끔 하는 책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현재 살아가는 삶의 과정마다 찾아보는 시편은 다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이 있다. 사랑, 고통, 자유, 아름다움, 죽음. 이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함으로써 현재 직면한 상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이해를 하게 한다. 그리고 그 이해를 통해서 이겨나갈 힘을 주는 작품이다.

  • 학문의 즐거움 | 히로나카 헤이스케, 방승양 | 김영사

    나는 수학을 못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학문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머리 회전이 빠른 편이 아니어서 학창 시절 가장 두려운 과목이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수학자의 입장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으로 삶을 풀어나가며 배움과 창조의 기쁨을 전해주는 방식이 참 신선하다. 수학이 자유성에 기본을 둔 학문이라는 것을, 체념을 하는 지혜를, 수학이 곧 철학이라는 것을 배우는 맛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의 시작점에 서 있는 나에게 와 닿은 말.“’나는 바보니까요.’ 그러면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다. 눈앞이 밝아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나는 바보다’라고 자기 자신을 바로 잡음으로써 경직된 상태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서가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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