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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7.01.23 조회수 | 31,043

고전문학으로 방탄소년단[BTS]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2)



# 1편에 이어― 그들의 곡 안에 묻어 있는 고전문학의 향취

지난 12월 ‘고전문학으로 방탄소년단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의 첫 번째 글이 올라갔습니다. 그글에서는 ‘WINGS’ 앨범이 <데미안>의 콘셉트를 차용한 점을 언급하고, 그들의 과거 작업이 지닌 일관된 메시지와 스토리 라인을 되돌아보면서, 방탄소년단 작업의 메시지와 스토리라인을 1)반항, 2)성장, 3)파괴/영감의 개념으로 각기 분석했습니다. 많은 팬분들이 저희의 글을 읽고 공유하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에선 그들의 곡들을 고전문학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전편에서 언급한 세 개의 키워드에 이어 4)자의식, 5)성(性), 그리고 6)노력과 7)꿈까지 네 개를 더했습니다. 그리하여 총 일곱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고전문학 작품을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또 한 명의 팬으로서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결국은 방탄소년단의 멋진 곡에도 오랜 고전문학의 향취가 묻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저 오래전 위대한 문학 속의 문제적 주인공들이 있어야 할 곳은 책 '속'이 아니라 지금 10대와 20대들의 '곁'이어야 한다는 것―저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책은 음악에 비해 다소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도 알 수 있듯, 문학과 음악은 언제나 깊고 그윽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중세에 태어났다면 그들은 시를 짓고 노랠 부르며 뭇 귀부인들의 마음을 훔치는 음유시인이 되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4. 자의식

세계에 반항하고, 성장을 애타게 갈구하고, 때로는 파괴의 욕망에 시달리면서, 한 사람은 비로소 ‘자의식’을 쟁취하게 됩니다.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한 아이가 하나의 어른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유일무이한 통로입니다.

자의식은 무엇일까요? 자의식의 사전적인 의미는 ‘자기 자신이 처한 위치나 자신의 행동, 성격 따위에 대하여 깨닫는 일’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기 자신을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어디에 발 딛고 서 있는지 알고, 그래서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이 바로 자의식입니다.

흔히 자의식이란 단어는 지나치게 예민하게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춘기 시절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의식은 거짓 자의식입니다. 허약하고 깨지기 쉬운 자기 인식에 불과합니다.

왜냐면 그러한 인식에는 스스로의 힘과 가능성만큼이나 강고한 ‘자신의 한계와 무력함’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엄혹함, 그리고 그에 맞서 살아가야 할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 대한 깊은 조망과 이해가 없는 자기 인식은 곧잘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어적인 태도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이런 방어는 역설적으로 "누가 뭐래도 나는 나다"라는 식의 자기도취로 표현되기도 하지요.

 

프로이트의 딸이자 위대한 발달 심리학자인 안나 프로이트(1895-1982)

1895년 태어나 발달 심리학의 대가가 된 안나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딸입니다. 지나치게 결정론적인 아버지의 정신분석학을 훌륭하게 극복한 그녀는 어린아이의 자아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아동은
위험 상황에서 도망치기에는
육 체적으로 너무 무력하며,
이해력 역시 한정되어 있어
이성적으로 상황의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이를 납득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미성숙하고 의존적인 시기에 자아는
본능적 자극을 통제하려고 시도할 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을 위협하는 객관적 불쾌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 한다.

― 안나 프로이트, <자아와 방어 기제>(김건종 역/ 열린책들) 중

획일적인 사회와 학교는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합니다. 부모는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자식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지요. 이런 환경 속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유명한 노래 ‘Beautiful’의 가사처럼,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자신의 강함과 자신의 아름다움을 긍정하는 것은 건강한 자의식의 첫 번째 열쇠입니다. 그것은 무턱대고 근거 없이 빠지는 자기도취와 다릅니다. 자기 긍정은 자신이 가진 한계와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지닌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에서도 이런 자기 긍정의 열망은 두드러집니다. ‘WINGS’ 앨범에 실린 ‘21세기 소녀’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절대 쫄지 말아
누가 뭐래도 넌 괜찮아
강해 너는 말야

20세기 소녀들아
21세기 소녀들아
말해 너는 강하다고
말해 넌 충분하다고

― ‘21세기 소녀’ 중 

그러나 세상은 이러한 긍정을 한사코 흩트리려고만 합니다. 또다시 반복되는 위축. ‘화양연화’ 앨범에 수록된, 세련되고 날카로운 플로우가 인상적이고 가사 또한 일품인 곡 ‘Whalien 52’에서는 세상이 자신의 아픔을 모른다고 읊조리고 있습니다.

세상은 절대로 몰라
내가 얼마나 슬픈지를
내 아픔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그저 난 수면 위에서만 숨을 쉴 때 관심 끝
외로운 바닷속 꼬마
나도 알리고 싶네 내 가치를 Everyday

― ‘Whalien 52’ 중

 


오른쪽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왼쪽은 안나 프로이트

이렇듯 자신의 강한 힘을 인지하면서도 세상과의 갈등을 토로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거쳐 온 자의식의 형성 과정입니다. 아이들의 자아는 이제 어린 시절을 거쳐서 어른의 단계로 나아갑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자아 이론은 외부 세계, 초자아, 그리고 이드라는 개념적 삼각형에 기대고 있습니다. 자신의 본능(이드)과 부모와 사회의 가치관(초자아), 그리고 자신이 부대끼고 있는 주위 환경(외부 세계)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듭니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느 속담은
동시에 두 주인을 섬기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불쌍한 자아의 경우는 훨씬 힘이 듭니다.
그것은 엄격한 주인 셋을 섬겨야 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요구와 주장들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들은
언제나 엇갈려 나가면서
결코 합치될 수 없는 듯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아가 이러한 상황에서
그렇게 자주 좌초하게 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자아가 섬기는 세 주인은
외부 세계, 초자아 그리고 이드입니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새로운 정신분석 강의>(임홍빈 外 역/ 열린책들) 중

자신의 파괴적인 본능을 어루만지면서, 이 세계의 현실 법칙에 적응하고 , 나아가 외부 세계에 자신을 알리는 것은 곧 자의식의 형성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증명하려 합니다. 귀에 달라붙는 멤버들의 랩 실력이 훌륭하게 묻어 있는 ‘We On’에서는-

난 널 몰라 또 넌 날 몰라
제발 닥쳐 주겠니
나는 걱정 마, 좋아 너보다
앞으로도 그럴 테지
예전부터 날 무시했던
친구들 다 어디 있어 we on
이건 장난 같은 게 아냐 보여 줄게
I promise ya, we on

― ‘We On’ 중

더불어 기획사에 소속된 보이그룹, 즉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것 또한 이러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아이돌'의 한계에 대한 치열한 자기 성찰이겠지요. 1990년대 엔싱크의 멤버 출신이자 현재는 솔로 가수와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도 있어요. "저는 그 많은 악담과 조롱을 견뎌야 하는 보이그룹 아이돌 멤버도 해 보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너넨 아이돌이니까 안 들어도 구리겠네
너네 가사 맘에 안 들어 안 봐도 비디오네
너넨 힘 없으니 구린 짓 분명히 했을 텐데
너네 하는 짓들 보니 조금 있음 망하겠네
(Thank you so much) 니들의 자격지심
덕분에 고딩 때도 못한 증명 해냈으니
박수 짝짝 그래 계속 쭉 해라 쭉
우린 우리끼리 행복할게
good yeah i’m good

― ‘둘!셋!’ 중

5. 성(性)

어른이 되어나갈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성(性)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성은 인류의 영원한 신비이자 강렬한 수수께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적 에너지가 인간의 의식/무의식에 끼치는 영향력을 가장 혁명적으로 제창했던 사상가입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빌헬름 라이히와 허버트 마르쿠제를 비롯한 다양한 학자들이 인간의 에로스가 인류 문명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논증했습니다.

이제 갓 스물 내외의 건강한 청년들이 얼마나 성적 에너지가 들끓겠어요. 그들은 수많은 노래에서 여성을 향한 연정을 노래했습니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아름다운 ‘I NEED YOU’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에서 남녀의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까발린' 노래는 역시 ‘호르몬 전쟁’입니다.

자꾸만 눈이 돌아가네 여자들의 배
여자들은 방정식 우리 남자들은 해
땀 삘삘 괜히 빌빌대게 돼
더 많이 좀 신어 줘 하이힐힐
나도 열여덟 알 건 다 알어
여자가 세계 최고란 것 말이여
Yes I'm a bad boy so i like bad girl
일루 와 봐 baby 우린 잘될 걸

그녀 머리 바디 허리 다리
말 못 하는 범위까지
관심 없단 말이 남자로선
많이 어이 상실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뻑이 가지
Girl 네 유혹에 밤마다 지켜
내 컴퓨터 자리
그녀를 위한 lady first
여잔 차가운 빙산? Let it go
날 미치게 하는 female
날 자극하지 매일
오늘도 호르몬과의 싸움 후
내 여드름을 째

― ‘호르몬 전쟁’ 중

이 노래에서도 벌써 몇몇 위험한 대목이 보입니다. 실제로 그들은 ‘여혐’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자신들의 공식 계정을 통해서든, 멤버들 각각의 계정을 통해서든 멤버들이 SNS상에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발언들을 꾸준히 해온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쁜 여자들에게 파묻혀 TV를 봐/ 세상의 모든 여자들 날 위해 ready to die (…) 명품백을 쥐기보단 내손을 잡아주는/ 질투심과 시기보단 됨됨이를 알아주는"이라는 ‘If I Ruled The World’의 가사는, 랩몬스터의 믹스테이프 ‘농담’의 충격적인 가사에 비해서는 오히려 가벼운 수준입니다.

그래 넌 최고의 여자, 갑질
so 존나게 잘해 갑질
아 근데 생각해보니
갑이었던 적 없네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

― 랩몬스터 믹스테이프 ‘농담’ 중

이런 가사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들을 아끼는 수많은 팬이 여성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더욱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여성을 ‘혐오’할 리는 만무합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남자로서의) ‘솔직한 욕망’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멤버 자신들이(그리고 많은 한국 남성들이) 이상적으로 재단해 놓은 ‘순수한 여성’이란 여성상은, 곧바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진짜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혐오하는 비탈길로 연결되어 버립니다. 고려대 명예교수 황현산은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우리가 어머니에게, 아내에게, 직장의 여성 동료에게,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성에게, 심지어는 만나지도 못할 여자들에게 특별히 기대하는 '여자다움'이 사실상 모두 '여성혐오'에 해당한다.”

결국 올해 7월 방탄소년단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사과를 했습니다. 소속사 측은 "자체 검토와 논의를 통해 음악 창작 활동은 개인의 성장 과정과 경험, 그리고 사회에서 보고 배운 것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사회의 편견이나 오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면서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이나 가치를 남성적인 관점에서 정의 내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도 (음악적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그룹이라고 봤을 때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은 가히 '혐오의 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세져 왔던 여혐/남혐 논란은 올해 들어 그 절정을 찍은 느낌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던 남성 문인들은 과거에 저지른 성폭력과 성추행 이력이 들춰지며 한순간에 추락했습니다. 수많은 이론서와 분석서가 출간돼 이런 현상을 조망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이에 대하여 1928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영국 작가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보다 더 시사적인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1928년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이 책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모국 영국에선 1960년까지 금서로 낙인 찍혔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 책을 출간하려는 펭귄 출판사를 음 란출판물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1960년 10월 27일부터 그 유명한 '채털리 재판'이 벌어집니다. 이 재판에는 E. M. 포스터와 리처드 호가트 등 당대의 문인이 참석해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문학성을 변호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1960년 11월 2일, 영국 법원은 펭귄 사의 손을 들어주지요.

 


D. H. 로렌스(1885-1930)

그러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단순히 남녀의 에로틱한 성애를 묘사하는 책이 아니라, 성(性)이 가진 휴머니즘적인 성격을 강렬하게 묘사한 고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광기와 참상에 더하여 비인간적으로 고도화 되고 있던 20세기 초반 산업 사회의 폐허 속에서, 로렌스는 남자와 여자에 관해, 섹스에 관하여 송곳처럼 날카로운 통찰을 거듭합니다.

그렇소! 그건 바로 부드러운 애정이오. 그건 정말로 진정한 교합에 대한 깨달음이오. 섹스란 사실 접촉, 모든 접촉 중에서 가장 밀접한 접촉에 불과하오.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접촉이오. 우리는 그저 절반만 의식이 있고 절반만 살아 있을 뿐이오. 우리는 다시 온전하게 살아서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오. 특히 우리 영국인들은 조금 부드럽게 서로 접촉을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소.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거요.

― D. H. 로렌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이미선 역/ 열린책들) 중

로렌스의 묘사처럼, 진정한 성애는 상품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성(性)은 대중적인 놀잇감이 아니라 가장 내밀한 인간적 교감의 수단입니다. 이 교감을 믿을 때, 우리는 혐오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방탄소년단의 ‘I Need U’가 아름다운 이유이고, 방탄소년단의 몇몇 노래 가사들이 정당한 비판을 받았던 이유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그들의 성숙한 사랑과 성애의 노래를 더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6. 노력

드라마 ‘공부의 신’ 1회에서는 모교를 찾은 변호사 김수로가 학생들에게 일갈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유명한 대사가 있었죠. “너희를 괴롭히는 룰을 탓하지 말고, 그 룰을 뜯어고치고 새롭게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대사였습니다. "S대 노래를 부르는 이 세상이 역겹다구?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판치는 이 세상이 더럽다구? 그렇다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될 것 아닌가? 뒤에서 불평만 늘어놓는 찌질이로 살 게 아니라 이 사회의 룰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되란 말이다!"

이 말은 꽤나 진실에 가까워서, 여전히 많은 학생에게 큰 딜레마로 다가오고 있을 거예요. (부모님 잔소리로도 얼마나 자주 활용되고 있을지 걱정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둔 사회와 시스템을 입으로만 탓할 게 아니라, 지금 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후 그 시스템을 바꿀 힘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결과적으로는 "지금은 공부에 집중하라"는 뻔한 말을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지금 공부가 하기 싫은 학생들을 잠재적 찌질이로 몰아붙이며 변명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꼴이니까요.

세상에 단 한 번뿐인 학창 시절은 자신의 평생의 꿈을 탐색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때 학생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생계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이 시간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소중한 시절, 많은 학생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강요 받으며 신음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항하고 있다는 건 앞서 길게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공부하지 않기로 선택한 학생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과연 "억압만 받던 인생 네 삶의 주어가 되어 봐"라는 ‘No More Dream’의 가사처럼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 주어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그런데 결국, 무엇을 해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역설이 남습니다. 공부가 아닌 삶을 택한다면 더 치열하게 노력을 해야 한다는 역설이 존재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인 시즈쿠에게 지혜로운 아버지가 들려주는 말씀 그대로입니다. "남들과 다른 삶은 그만큼 어려울 수가 있다. 실패하더라도 남을 탓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은 오히려 모범적입니다. 그들은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길을 선택했고, 자신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어필합니다. 예컨대 워낙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곡인 ‘쩔어’의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밤새 일했지 everyday
니가 클럽에서 놀 때 yeah
딴 녀석들과는 다르게
I don't wanna say yes
I don't wanna say yes

― ‘쩔어’ 중

 

​학교 대신 연습실에서
밤새 춤을 추고 노래 불렀네
너희가 놀 때,
난 꿈을 집도하며 잠을 참아 가며
매일 밤새 볼펜을 잡네
아침 해가 뜬 뒤에 나 눈을 감네
이중 잣대와 수많은 반대 속에서
깨부숴 버린 나의 한계

- 'We are bulletproof pt.2' 중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살아가는 일은 굉장한 입니다. 내 한 몸 건사하는 일은 그렇게도 힘듭니다. 세칭 '어른'들이 왜 그렇게 ‘먹고 사는 일이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한때는 모두가 피터팬과 앨리스처럼 밝은 에너지가 넘쳤을 사람들인데 ….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힘겹고 고독하게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은 어른의 슬픔입니다. 2014년 ‘DARK & WILD’ 앨범에 수록된 ‘힙합 성애자’를 한 번 들어볼까요.

I want a rapstar 남들과 비슷한
삶을 혐오했던 꼬맹이의 조숙함
주위에 모두가 붙잡고 만류하더라도
내 안에서 자리를 고수한 힙합은
날 송두리째 뒤집어놔, 그 어린 날
교과서 귀퉁이에 적어내렸던 my 16 bars
덕분에 난 안정된 삶 뿌리치고 갔던
대구 남산동의 작업실에
날 던지고 밤새도록 갈았던
무딘 펜촉의 날
노력 끝에 난 결국 학창시절에 받는
언수외 대신해서
빼곡히 채워갔던 rhyme 덕에
dreams come true
주위에서 다들 묻지 힙합이 뭐냐고
당당히 답을 하지 나의 전부라고
그 결과 내 인생 자체를
음악 안에 뼈 묻었어
이 문화를 사랑한 게 죄라면
난 골백번은 넘게 더 죽었어

― ‘힙합 성애자’ 중

그런데 근대 이후 사회에서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하는 ‘아동’이라는 개념은, 불과 수백 년 전에는 이 세계에 없었습니다. 서양에 핵가족이 탄생하고 제도 교육이 시행되기 전에는, 아이들도 어른들과 똑같이 일하며 가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했습니다.

애석한 노릇이지만, ‘아동의 역사’는 학창의 순간들이 '노는 시절'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린 죽어서나 정말로 편하게 놀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제 말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직접 전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마크 트웨인(1835-1910)

그렇다고 학창 시절이 무조건 공부나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시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공부의 신’의 '김수로 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있습니다.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면 그 시스템을 바꾸기 위하여 공부하라’는 논리는 그 자체로 이미 시스템에 편입된, 시스템의 수혜를 맛본 자의 논리입니다.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 때, 그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측면을 볼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의 안이 아니라 밖입니다. ‘언제나 진리는 변방에 있다’고 올해 초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은 자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성장소설과 청소년 문학의 백미로 알려졌지만,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정말 멋진 소설입니다.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 바 있어요. 자연의 생명력과 장난기가 가득 넘치는 아이, 허클베리의 1인칭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경쾌한 모험 소설이면서도, 흑인에 대한 탄압과 기성 사회 시스템의 폐해들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허클베리가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 소설입니다.

부랑자 아버지의 학대로부터 도망친 흑인 노예 짐과 함께 미시시피 강을 따라 여행하며, 허클베리 핀은 자신의 눈과 몸으로 생생하게 정의를 깨우쳐 갑니다. 특히 허클베리 핀이 흑인 노예인 짐을 고발해야 할지를 고뇌하다가 노예 주인인 왓슨 부인에게 편지를 쓴 후, 그것을 찢어버리는 장면은 이 소설의 압권입니다. 노예 주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도망친 노예를 돕는 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던 허클베리 핀은, 결국 짐에 대하여 이렇게 적으면서 우정의 편에 섭니다. 노예제가 멀쩡하게 살아있고 흑백 차별이 당연하던 그 시절에!

내가 잠을 더 잘 수 있게 하려고, 나를 안 깨우고 대신 계속 보초를 서 주던 모습이 떠올랐고, 안개 속에서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리고 집안끼리 원수지간이던 그 수렁 같은 곳에서 내가 돌아왔을 때, 뛸 듯이 기뻐하던 짐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나를 사랑스럽게 부르면서 안아 주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던 모습과 언제나 내게 따듯하게 대해 주던 모습도 떠올랐다. 이윽고 뗏목에 천연두 걸린 사람이 있다고 핑계를 대서 짐을 구해 주었던 때가 떠올랐고, 짐이 내게 고마워하면서 내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최고로 좋은 친구고, 이제는 너밖에 없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윤교찬 역/열린책들) 중

허클베리 핀은 어른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살인과 폭력, 사기 사건을 겪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잃지 않고, 자신의 생생한 체험으로 도덕과 사랑을 배웁니다. 그는 불우한 환경 속에서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을 박차고 나와서 용감하게 삶을 개척한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가 학생인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그 맑고 순수했던 시절에 자신의 눈으로 정의와 사랑,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 그리고 삶에 대한 용기와 의지를 배울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허클베리 핀은 그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노력’이라는 사실을 그 어린 나이에 우리에게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공부를 하라는 것도 결국은 하나 마나 한 소리, 그래서 쓸모없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19세기 미국의 그 많은 엘리트의 이름이 아니라, 허클베리 핀과 같은 천방지축의 삶을 살았던, 그래서 시스템을 바라보는 감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던 마크 트웨인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방탄소년단도 그런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요?


7. 꿈

 

지금까지 방탄소년단 노래와 함께 여러 고전문학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반항과 성장, 파괴/영감과 자의식, 성(性), 노력까지…. 그러나 결국 방탄소년단은 이 모든 과정을 밟은 후 ‘꿈’을 노래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제는 정말 식상하기 짝이 없는 단어가 되어 버렸지만, 리처드 버크가 <갈매기의 꿈>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모두 "완전한 갈매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갈매기"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꿈은 방탄소년단을 노래하게 만들고,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

 

그들의 꿈은, 음악입니다. 그 숱한 곡 중에서도 자신의 꿈을 노래한 것에는 다음 두 곡이 있죠.

 

겨우 1학년 신인이라며 괜찮다며
나를 앉혀놓고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지
몇 가지 과목으로 알려줬지
선입견, 악플, 이중잣대, 욕설 그리고 무관심
선생님 여기도 수능이 있나요
1등하면 성공한 가수인가요
그런 것도 좋지만 음악이 하고 싶어요

― ‘2학년’ 중

 

쓸모 있어 이 좌절도
난 믿어 우린 바로 가고 있어
언젠가 우리가 찾게 되면
분명 한 번에 집으로 와
개미처럼

― ‘Lost’ 중

그런데 그들의 꿈은 막연한 성공과 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향과 가족으로의 회귀를 그리고 있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들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구성하는 ‘사투리’도 이런 맥락이죠. 그들의 이런 소박한 꿈은 지극히 한국적인 특징을 지니는 것 같아요.

 

If I ruled the world 가끔 꿈을 꿔
내가 만약 세상을 지배한다면
일단 먼저 난 공인중개사를 찾아가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사고파
그래, 그 다음은 내 장롱면허
잠에서 깨워 줘야지 4륜 구동
차를 구입하고 기름을 주입하고
이런 게 무리라도 무이자인 할부로
주식과 도박 그딴 건 안 하고파
세상을 지배했는데 왜 그리 꿈이 소박
하냐는 질문은 마 난 방탄 식구들과
그래도 여전히 I'm still 음악이 고파

― ‘If I Ruled The World’ 중

 

아 이 촌놈들
난 Seoul state of mind
난 서울에서 나서 서울말 잘 배웠다
요즘은 뭐 어디 사투리가 다 벼슬이다만
그래 인정할게 악센트들이 멋은 있다
하지만 여긴 표준인 만큼 정직해
처음과 끝이 분명하고 딱 정립된
한국말의 표본으로 정리되지
Only ours goes with English,
yall never understand it
Okay 솔직히 솔직해질게
경상도 사투리는 남자라면 쓰고 싶게 만들어
전라도 말들은 너무나 친근해
한번 입에 담으면 어우야 내가 다 기쁘네

― ‘팔도강산’ 중

 

불굴의 꿈을 말하는 문학은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헤밍웨이의 단편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헤밍웨이를 읽으면 늘 힘이 납니다. 한 일본 작가는 매년 새해 아침에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는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의 작품에는 무언가 우리를 끌어올리고, 채찍질하며, 성심껏 살게끔 하는 미덕이 있다는 것일 텐데요.

 

헤밍웨이가 쓴 많은 작품은, 마치 꿈을 꾸다가 좌절해 버린, 아니면 영원히 자신의 꿈을 수줍게 간직한 순수한 소년들이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다음 방탄소년단의 앨범은 헤밍웨이를 모델로 삼아도 좋을 만큼….)

 

그는 재능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그 자신과 그의 소신을 배신함으로써,
술을 너무 많이 퍼마심으로써,
그리고 게으름으로, 나태함으로,
속물근성으로, 오만과 편견으로,
그리고 허튼수작으로
그의 재능을 파괴했다.
도대체 이게 뭔가?
헌책들의 목록인가?
그의 재능이라는 건 대체 뭔가?
아무튼 그건 재능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거래했다.
그 재능은 그가 실제로 해놓은 것이 아니라,
그가 앞으로 할 수도 있는 어떤 것을 가리켰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이종인 역/ 열린책들)에 수록된 <킬리만자로의 눈> 중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서양 고전문학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헤밍웨이를 싫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톨스토이를 싫어할 수도 있고, 셰익스피어나 프루스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는 있어도 헤밍웨이는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느껴집니다. 그만큼 대중적이면서도 강렬한 글을 남기고 갔죠. 삶 자체도 워낙 매력적이었고요.

 

바다에 나온 지 이틀째이고 난 야구 경기의 결과를 모르고 있지.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발꿈치 골좌(骨挫)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위대한 디마지오에 필적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데 골좌란 게 뭐지? 그가 자문했다. 뼈의 염좌를 말하는 거야. 보통 사람들에겐 그런 게 없지. 그건 어느 정도 아플까? 투계(鬪鷄)의 쇠 발톱이 발꿈치를 찍었을 때처럼 아플까? 나는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거야. 투계처럼 한쪽 눈 혹은 두 눈을 다 잃어버리고도 계속해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사람은 위대한 새들이나 짐승들 옆에 세워 놓으면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바닷속 깊은 곳을 헤엄치는 저 물고기처럼 되고 싶어.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이종인 역/ 열린책들) 중

<노인과 바다>와 <킬리만자로의 눈>을 읽으면, 홀로 조용하고 세련된 바에 가서 독한 마티니 한 잔을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길고 긴 일기를 적은 후에 푹 잠들고 싶네요.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일어나서 청새치를 잡으러 가야 하니깐요. 파멸해도 품격 있게 파멸하라, 는 게 헤밍웨이의 지론이지만, 우리는 파멸보다는 또다시 꿈과 내일을 향해 달려야 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지점일 것이고요.

 

이제 글을 마무리할 시점입니다.

 

위에서 잠깐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언급했었지요. 2016년,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싱글 판매량을 기록한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보이그룹 테이크댓 출신의 로비 윌리엄스는 로큰롤 음악을 동경하며 오아시스의 프론트맨 리엄 갤러거를 따라다니던 '애송이'에 불과했지만, 몇 년 후 자신의 힘으로 오아시스의 넵워쓰 동원 관중 수를 뛰어넘으며 영국의 국민 가수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앞길은 창창합니다. 불과 2~3주 동안에도 그들이 세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 왔습니다.

 

그들 또한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실수도 하며, 그들 나름의 길을 걸어가겠지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로비 윌리엄스처럼, 일정한 팬덤 그 이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 추세로만 보면 허황된 목표만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렇고 그런 그룹들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유명세와 인기보다,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고, 지금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노래와 퍼포먼스로 표현할 수 있는 지일 거예요. 저희 팬들의 마음도 모두 두근두근할 겁니다.

 

수십 수백 만의 팬들이 보내는 굉장한 인기에 맞서, 문학이란, 결국 ‘혼자 있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멤버들 각각이 (함께이면서도) 홀로가 될 때,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찾아 나갈 때, 우리는 오래도록 그들의 최고의 순간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쓴이 : 열린책들 박성열 에디터

열린책들 디지털콘텐츠팀 팀장. 기자와 서점 MD를 거쳐 파주출판도시에 몸 담고 있다. 출판업의 격변과 불황, 그리고 가능성을 팀원들과 함께 몸소 겪어내는 중이다. 도스또예프스끼를 가장 좋아한다. bookpark@openbooks.co.kr

※ 이 기사는 열린책들과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제공합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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