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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11.09 조회수 | 15,490

[베스트셀러 돋보기] 당신의 ‘욱’, 아이는 배운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지난여름이었다. 세 살짜리 딸을 데리고 사회인야구 경기를 하러 갔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외야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날 내 성적은 형편없었다. 내야땅볼 아웃, 삼진, 실책… 경기가 끝나고 풀이 죽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는데 아이가 곁에 와 말했다. “아빠 엄청 잘했어! 아빠 아까 엄청 빨리 뛰었어!” 내야땅볼을 치고 1루까지 뛰는 걸 봤나 보다. 아이가 정말 기특했지만 “아냐 아빠 잘 못했어. 그래도 위로해줘서 고마워.”라고만 말하곤 곧 그 일을 잊어버렸다.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오은영/ 코리아닷컴/ 2016년)를 읽다가 다시 그 일이 생각났다. 뭔가 뒤통수를 때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 나를 어떤 ‘관점’으로 봤는지 생각해봤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는 아빠의 달리기가 다른 사람보다 느린지 빠른지, 결국 아웃이 됐는지 세이프가 됐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아빠가 열심히 뛰었다는 것만 본 거다. 그렇다면 내가 아이를 볼 때는 어떨까. 과연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인정해주고, 그때그때 아이의 마음에 충실히 공감해주고 있을까.

인터파크도서 2016년 10월 종합 베스트셀러 랭킹 1위에 오른 책,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는 그렇게 부모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 등으로 알려진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분노조절장애의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주는 감정 조절 육아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육아의 기술이나 법칙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점과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 기사의 마감은 원래 11월 첫째 주였다. 책을 조금 늦게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빨리 빨리 진도를 빼고(?) 기사를 썼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당장 내 문제, 당장 내 아이의 문제를 콕콕 꼬집어서 말하기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20여 년 임상 경험에서 나온 예화가 정말 풍부했다. 모두 내 아이 이야기, 아니면 조카, 아니면 아이의 친구들 이야기 같았다. 욱하지 않고 아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으면서, 항상 구체적인 예화를 통해 현실감을 높인다.

분명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 하면, 아이가 커서 사회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까 걱정스럽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조그만 아이가 왜 그렇게 강렬한 ‘화’를 갖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그 작은 가슴에 그렇게 큰 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점이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96쪽

아빠가 된 지 세 해째. 얼마 안 있으면 둘째도 태어난다. 나름 아빠가 될 준비를 눈치껏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를 읽어보니 내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육아법 하나를 알고 모르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육아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문제. 육아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육아에 정말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격’이다. 육아에 일가견이 있다는 엄마 아빠들도 흔히 간과하는 근본적인 원칙.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가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그것이다.

 

육아는 인간관계... 기술이 아니라 ‘인격’이 필요하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엄하게 훈육을 해서라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엄하게 하느냐 엄하게 하지 않느냐 하는 걸 떠나서, 저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77쪽)라고. 아이가 부모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와 아이를 분리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와 아이가 다른 몸이고,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78쪽)이기 때문에, 부모는 때리든 혼내든 달래든 ‘자기 말’을 듣게 하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보호하고 가르치는 것이지, 아이를 소유하거나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요즘 부모들이 흔히 하는 ‘미운 네 살’이니 ‘미운 일곱 살’이니 하는 말들을 떠올렸다. 나도 아이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오죽 힘들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하고 부모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독립 욕구를 ‘고집’으로만 보고 아이의 저항을 아이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니 너무 이기적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뽀로로”를 그 시간에 꼭 봐야 하는 이유, 종알종알 말을 거는 이유, 그 옷이 입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부모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생각될지라도 아이 입장은 다르다. (줄임) 답답한 마음은 부모 안에 있다. 그 마음의 주인은 부 모다. 밖에서 아이가 준 것이 아니다. 그 마음은 부모 안에서 만들어졌고, 계속 액셀을 밟아 대다 마지막에는 결국 사고를 낸 것도 부모다. 욱은 부모가 만든 감정이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174쪽

그럼 욱하지 않고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훈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는 이 책에서 다섯 가지 키워드를 찾았다. ‘존중’, ‘기다림’, ‘일관성’, ‘공감’, ‘실패’이다.

존중과 기다림은 저자가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꼽은 것이다. 아이에게 옳고 그른 것을 훈육할 때 기다림이 가장 중요하다. 저자는 “중간에 간섭하지 않고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만 잘해도 아이는 잘 자란다”(36쪽)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를 기다릴 수 있으려면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아이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내 마음과 다르게 행동할 때 부모의 마음은 불편해진다. 그 불편한 마음 때문에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욱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고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 불편한 마음을 줄일 수 있다.

저자는 제대로 된 훈육은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고 했다. 화가 나지 않고, 아이를 때리지도 않는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부모의 ‘욱’이 낳은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욱해서 나온 행동의 결과로 훈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219쪽). 욱하지 않고 훈육하는 것. 그것의 핵심이 일관성이다. 저자가 말하는 훈육의 과정은 단순하다. ‘지침을 준다 →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해준다 → 실천한다.’ 이 단순한 과정을 일관성 있게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엄격함은 이 과정을 일관성 있게 지키는 데서 나와야 한다. 소리를 지르고 아이를 겁주는 것이 아니라.

욱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울고 떼쓰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가 ‘화’라는 감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혼이 나고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걸까? 여기서 중요한 것이 공감이다. 아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울고 떼를 쓰는지 알아차리고 공감하는 것이 혼을 내고 벌을 주는 것보다 앞서야 한다. 공감이 먼저, 훈육은 그 다음이다.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주고 나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침을 분명히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정보는 늘 감정의 그릇에 담겨 온다.”(269쪽)

우리 아이는 퍼즐 맞추기를 좋아한다. 엉뚱한 곳에 퍼즐을 갖다 놓고는 그 다음 퍼즐이 맞지 않는다고 낑낑거릴 때는, 아이 손에 있는 퍼즐을 빼앗아 내가 대신 맞춰주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퍼즐을 순서대로 착착 맞추는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은 부모의 관점이다. 아이는 실패에서 배운다. 실패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리고 실패의 과정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상호작용이 결과의 성패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이가 실패 경험을 쌓지 못하게 차단하는 부모를, 저자는 “독이 되는 엄마”(258쪽)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욱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 위한 다섯 가지 키워드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에게 공감하고, 아이를 기다려줄 줄 아는 부모라면 아이 앞에서 욱할 일이 없다. 욱하지 않는 부모만이 욱하지 않는 아이를 키울 수 있다. 350쪽에 가까운 이 책 한 권에서 단 한 문장만 남기라면, 나는 이 한 문장을 남기고 싶다. “아이는 듣고 배우는 것보다 보고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116쪽) 감정 조절 육아의 키워드를 기억하고 상황별 대처법을 익혀도, 이 한 문장을 잊는다면 모두 공염불이 될 것이다. 내 아이는 나를 보고 자란다.

매로 아이를 다스리면, 아이는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을 겁 주거나 때려도 된다’라고 배울 수 있다. 그렇게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사회 안에서 가정은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누가 볼 수도 없는 가정 내에서조차도, 설사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강압이나 힘으로 때리거나 억압하거나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협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폭력으로 인한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는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220쪽

저자의 이야기는 피부에 즉각 와 닿는 구체적인 육아 사례에 대한 대처법에서부터, 우리 사회 전반의 ‘욱’에 대한 넓은 이야기,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깊은 이야기까지 아우르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배경과 목적, 그리고 저자의 메시지를 핵심적으로 먼저 알고 싶다면 네 개 파트 가운데 마지막 ‘파트4’부터 읽어도 좋겠다. 읽고 느낀 바가 있다면 처음부터 꼼꼼히 다시 읽기 시작하면 될 것이고, 정 바쁘면 파트4의 내용만 잘 기억하고 있어도 충분할 것 같다.

각 파트 마지막에 있는 ‘보너스 페이지’와 각 챕터 마지막의 ‘씽크 어바웃 패런팅’은 원포인트 ‘실전 팁’을 요약해 담고 있다. 이것들만 따로 잘라서 집 안 어디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오며 가며 다시 읽고 싶었다. 그리고 책의 뒷날개에는 ‘부모 십계명’이 있는데, 책에는 이것을 잘라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매일 한 번씩 읽으라는 안내(?)가 실제로 있기도 하다.

‘파트1’ 마지막에는 ‘욱 지수 체크리스트’가 있다. 내가 직접 해본 결과 감정 조절 수위가 ‘경계선’이라고 나왔다. 더 심해지면 전문가를 만나보라는 내용이 좀 무섭긴 하지만, “문제를 깨달은 오늘 이 시간부터가 가장 중요한 시기”(337쪽)라는 저자의 격려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보통 기사를 쓰기 위해 읽은 책은 메모와 함께 사무실 책상에 보관하지만, 이 책은 집에 가져가서 아내한테 줘야겠다. 내가 밑줄 치며 읽은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둘이 같이 다시 한번 정독해볼 셈이다.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는 그리 엄하게 하지 않아도 훈육이 잘 된다. 아이를 훈육하는 것이 잘 안 된다면, 지금 나와 아이의 애착이 어떤지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애착이 불안정하다면, 어떤 훈육의 방법을 찾는가가 먼저가 아니다. 부모가 아무리 훈육을 잘해도, 아이에게는 잘 안 먹힐 수 있다. 애착부터 안전하게 형성해야 한다. 관계부터 친밀하게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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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도서 북&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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